‘LG 29년 숙원 풀다’ ‘우승 감독’ 염갈량의 자신감 “이제 시작. 쓰리피트(3연패) 달리겠다” LG 왕조를 꿈꾸다 [LG 우승]
[OSEN=잠실, 이후광 기자] LG 염경엽 감독이 마침내 우승 감독으로 우뚝 섰다. 그것도 그냥 우승이 아닌 1994년 이후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LG의 암흑기를 청산했다.
LG 트윈스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KT 위즈와의 5차전에서 6-2로 승리했다. LG는 1차전을 패한 후 4연승을 거두며 그토록 바랐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0월 초 정규시즌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지은 LG는 정규시즌이 끝나고 한국시리즈까지 3주 가량 이천에서 합숙 훈련을 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후 3연승 리버스스윕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난적 KT를 만났찌만 투타에서 압도하며 4승 1패로 승리했다.
LG는 1994년 우승 이후 무려 29년 만에 숙원인 한국시리즈 우승 한풀이에 성공했다. 염경엽 감독은 넥센, SK 사령탑 시절 이루지 못한 우승의 꿈을 이루며 '우승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5차전에서 선발 케이시 켈리가 5이닝 동안 5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박해민이 3회 1사 2, 3루에서 2타점 2루타를 때려 선취점을 뽑았고, 4회 슈퍼 다이빙캐치로 실점을 막아내는 호수비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우승을 결정지은 데일리 MVP는 그의 차지가 됐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시리즈 MVP의 영예는 캡틴 오지환에게 돌아갔다. 오지환은 19타수 6아나 3홈런 8타점 타율 3할1푼6리 맹타를 휘두르며 상금 1000만 원과 20년 넘게 회사 금고에 잠들어있던 롤렉스 시계의 주인공이 됐다. 기자단 투표 93표 중 무려 80표(득표율 86%)을 얻어 박동원(7표), 박해민(4표), 문보경, 유영찬(이상 1표)를 제치고 한국시리즈 최고의 별이 됐다.
염 감독은 감독상을 수상하고 나서, 그라운드에서 LG팬들을 향해 "내년, 내후년에도 달릴 수 있도록 하겠다. LG 트윈스 화이팅"이라고 외치며 한국시리즈 2연패, 3연패를 다짐했다. 다음은 '우승 감독' 염경엽 감독과의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경기 펼쳐준 KT 이강철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우리 팬들이 오래 기다렸는데 한결같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우승이라는 절실함 만들어주셨다. 그걸 갖고 이번 시즌 시작했고 우리 선수들이 정규시즌 치르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이 경기를 잘 풀어주고 열심히 해주면서 내게 많은 자신감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됐다. 정규시즌 우승으로서 우리 선수들에게 또 한 번 성장하는 자신감을 만들어줬고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1차전을 패했지만 2차전을 박동원 역전홈런으로 잡았던 게 우리 선수들이 기가 죽지 않고 자신감 되찾는 흐름이 됐다.
-LG 마지막 우승 때 상대 선수였다.
그때는 상대 선수였지만 우리 전력이 부족했다. 우리는 지키는 야구했고 상대는 공수에서 완벽했다. 선발 때문에 조금은 고전했다. 2선발 없어서 힘든 경기 될 수 있었는데 정규시즌처럼 승리조들이 한 단계 성장했다. 중간에서 함덕주 김진성 유영찬 백승현 이정용 등 모든 선수들이 신구조화를 이루면서 선발 부족함을 메울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켈리 김윤식이 역할 해주면서 지키는 야구와 공격적인 야구를 같이 했다.
-사령탑으로 복귀해 결국 우승 감독이 됐다.
휴식기 가지면서 그 동안 감독생활뿐만 아니라 시즌을 돌아보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어떤 것들이 부족했고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봤다. 미국 연수 갔을 때 시간이 엄청 많았다. 그 시간에 가족도 없고 혼자 있었는데 내가 정리했던 노트를 체크하고 재정리했다. 성공과 실패가 자양분이 되면서 이번 시즌 준비 과정부터 마지막까지 많은 도움이 됐다.
-언제 우승을 확신했나.
2차전 역전했을 때다. 그 다음 확신을 가진 건 3차전 승리였다. 단기전은 가장 중요한 게 승운이다. 그 승운이 우리에게 있고 그 2경기 통해서 그 자신감 얻는 걸 봤다. 내가 가장 힘이 되는 건 선수들의 모습이다. 거기서 절실함과 승리에 대한 열망을 봤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6차전이 됐든 7차전이 됐든 끝까지 우리 선수들이 해낼 수 있다고 봤다. 난 6, 7차전까지도 생각했다.
-우승 공약인 1000만 원의 주인공은.
내 생각은 500만 원씩 나눠줄 것이다. 박동원과 유영찬이다. 좋은 가방이라도 샀으면 좋겠다. 박동원은 FA로 많이 받았지만 유영찬이 이닝을 끌고 가줘서숨통 트여주는 역할 했다. 어제 저녁에 생각을 했다.
-선수들에게 시리즈 내내 무엇을 가장 강조했나.
한국시리즈 시작하면서 선수들의 우승에 대한 절실함 열정은 어느 팀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봤다. 그 절실함과 열정이 잘못되면 조급함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선수들에게 첫 번째 강조한 게 기본기와 차분함이었다. 침착하게 하나씩 플레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코치들도 고참들도 계속해서 이런 부분을 이야기해오면서 한국시리즈 치러왔다.
-2014년에 한국시리즈 준우승하고 여기서9(잠실구장 인터뷰실) 울었다.
14년에는 승운이 없었다. 전력이 우리가 월등히 떨어졌지만 실책 2개로서 우리가 넘겨줬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겁 없이 덤빌 때였다. 너무나 하고 싶었다. 그 때 펑펑 울었다.
-LG에서 우승을 해낸 기분은
엄청 부담스러웠다. 부담을 안고 시작한 시즌이었다. 4, 5월에 선발이 붕괴되고 승리조 붕괴됐을 때 솔직히 이야기하면 잠을 못 잤다. 거기서 죽지 말란 법은 없었다. 우리 선수들이 잘 버텨주더라. 타선이 터져주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 박명근 유영찬 백승현 함덕주 이 선수들이 버텨주면서 5월을 넘겼던 게 지금의 우승까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큰 고비는 언제였나.
최원태가 1회가 못 버텼을 때였다. 투수교체해서 나머지 이닝에서 한 점이라도 주게 되면 2차전도 넘겨주게 될 것 같았고 이번 시리즈는 정말 아무리 절실함과 열정이 있어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 우리는 지금까지 뒤진 상태에서 이겨내는 힘이 가장 약한 팀이었다. 그런 불안함이 가장 심했던 게 2차전 최원태 내렸을 때였다.
-LG에서 프런트, 코치를 하다가 팀을 떠났다. 돌고 돌아 LG로 다시 와서 감독으로 우승을 차지했는데.
감회가 남다르다. (LG를 떠날 때) LG에서 엄청 욕을 먹었다. 그 때는 누군가가 책임져야하는 상황이었다. 그 대상이 내가 됐기 때문에 LG에서는 못 나가게 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내가 나가야 조용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때 구단주님에게도 한 말씀 드렸다. 나중에 성공해서 돌아오겠다고. 우연치 않게 LG 감독이라는 자리 제의 받았을 때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젊은 선수들도 많았고 내가 맡은 팀 중에 가장 우승에 가까운 전력을 갖고 있었다. 행운을 결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부담 컸지만 선수들이 힘을 줬다. 프런트도 내게 믿음을 줬다.
-염경엽의 야구가 논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또 공부한 것 중에 하나가 밖에서 하는 말에 흔들리지 말자는 것이었다. 결과는 감독이 책임지는 거고 내가 생각하는 야구를 하며 선수들에게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뛰는 야구로 말이 많을 때도 엄청 고민을 했다. 결국 뛰는 게 절대적인 목표가 아니었다. 선수들의 망설임과 초조함을 없애고 자신 있는 야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드는 게 LG가 성공할 수 있는 첫 번째 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구성에서 뛰는 야구,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치는 야구를 추구했다. 망설이지 않고 당당한 야구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부분을 선수들과 함께 끝까지 꾸준히 노력했던 게 지금의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가족에게 한마디 한다면
우리 가족도 감독을 했다. LG 감독 간다고 했을 때 기쁨을 표현하지 않고 반대를 했다. 아내는 이번 한국시리즈 뿐만 아니라 정규시즌 내내 종교가 불교라서 매일 같이 절에 가서 기도했다. 우리 딸은 야구장 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올 때마다 이겨서 예비사위와 이 추운 날씨에 매일 같이 와서 응원해줬다. 힘든 상황을 이겨냈을 때도 가족이 많은 힘이 됐고 이런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도 가족이 많은 힘이 됐다.
-오늘은 울었나
잠깐 울었다. 물론 졌을 때보다는 아니었다. 너무 절실하다보니 감정선을 절실함이 눌러버렸다. 집중하려는 마음이 컸다. 애들이 울어서 잠깐 울었다. 엄청 울 줄 알았는데 그러진 않았다. 지금은 쉬고 싶다.
-2연패를 위한 과제는
올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우승한다면 내년 시즌 우리 팀이 더 단단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신구조화가 잘 돼 있고, 어린 선수를 1~2명 더 키워낸다면 앞으로 더 명문구단으로 갈 수 있는 힘을 받을 것이다. 내년에도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면 더 강해진 LG가 돼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 시작이라고 팬들에게 이야기했다. 이 우승이 마지막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엘지가 강팀 명문구단으로 갈 수 있는 첫걸음을 뗐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좋은 과정 만들다보면 결과는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쉬었다가 내년 준비 잘해서 내년에도 또 웃을 수 있도록 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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