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글로컬發 구조조정' 태풍 시작…국립대 통합·無전공 확대
부산대-부산교대 포함…교육대 통폐합도 신호탄
단독 선정 대학도 無전공 모집 대폭 확대 공약해
국고 1000억에 학생 절벽 허덕인 대학들 위기감
교육 당국 "대학 벽 허물기는 이미 대세였을 뿐"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윤석열 정부 대학 분야 교육개혁의 핵심 정책인 '글로컬대학30' 첫 본지정 대학 10곳이 가려지면서 통·폐합과 전공 벽 허물기를 명분으로 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통폐합 공약한 예비지정 4곳, 모두 본지정 통과
교육부는 특히 본지정 평가를 통과한 공동 신청 대학 연합 4곳에 대해 계획 추진을 위한 협약 체결을 기준으로 1년 이내에 통합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안동대-경북도립대 연합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강원대-강릉원주대는 조만간 제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충북대-한국교통대, 부산대-부산교대의 경우에도 교육부는 통합 신청서를 조속히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국립대 통폐합은 그간 매우 어려운 일로 꼽혀 왔다. 지난 20년 간 통합이 이뤄진 사례는 13건에 그쳤고 2005~2012년까지 11개였다.
부산대-부산교대의 경우 통합 성사 시 2008년 제주대-제주교대 이후 16년여만에 종합 국립대와 교대의 통합이 성사되는 것으로 타 교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육부는 이번 사업의 선정 절차를 시작하며 국고를 받으면 통·폐합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공동 신청'과 '단독 신청'으로 나눠서 신청을 받았다. 공동 지원 총 13건 중 4건이 합격한 것으로 경쟁률은 3대 1 수준이었다.
전체 지원 대학 108곳 중 10곳(경쟁률 10.8대 1)을 선발한 것을 고려하면 대학들이 느끼기에 결과적으로 통합 계획을 낸 대학이 유리하지 않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전북대 "모집단위 106→24개"…순천대 "75% 無학과"
공동 신청 대학을 제외하고 단독형만 살펴봐도 그렇다. 경남 진주시 경상국립대는 우주항공청을 추진 중인 경남 사천시와 연계한 우주항공대학 신설을 공약했다.
전남 국립 순천대는 2025학년도부터 3대 특화분야에 전체 모집정원 75.4%를 집중시켜 분야별 무학과 광역모집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사립 울산대는 융합학부, 무학과, 모듈기반 전공트랙을 확대하며 기존 10개 단과대학 51개 학부(과)를 6개 단과대학, 16개 융합학부로 개편한다.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를 제외한 모집정원 100%를 융합학부로 선발한다는 이야기다. 전공트랙도 자유롭게 운영한다.
전북대는 모집단위를 현행 106개에서 2025학년도 42개, 2028학년도 24개 등 순차적으로 통합해 나간다. 전과 비율을 늘리고 다전공 이수 기회를 확대하는 '배리어 프리' 방식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한림대는 학과 중심 체제에서 의료·바이오, 인문·사회, 인공지능(AI) 3대 융합 클러스터 중심 체제로 광역화 모집을 시행하고 전공 자율 선택권을 보장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지난 4월 확정한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에서부터 학문, 교수 간 벽이 대학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 요소라고 규정하고 '내-외부의 벽 허물기'를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힘을 실었다. 지난 6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수요자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대학 안팎의 벽을 허물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다른 대학에서도 '벽 허물기' 추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부총리는 지난달 교육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글로컬대 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의 모집정원 최소 30%는 무(無)전공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막대한 국고, 대학에 압박?…당국 "벽 허물기는 대세"
교육부나 글로컬대학위원회가 평가 지표에 통폐합을 직접 내세우지 않았지만 대학들이 이를 의식해서 계획서를 공격적으로 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야기다.
그간 총장들 사이에서 금액의 규모가 대학이 자율적인 혁신을 하기에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는 볼멘소리도 나왔지만,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고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취약한 재정구조를 가진 대학들에게 교육부가 보장하는 대규모 국고는 피할 수 없는 유혹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말 예비지정 평가를 신청한 대학만 전체 166개교 중 108개교로 65.1%에 달했다. 애초에 사업 성격상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던 전문대를 제외하면 일반 사립대와 국립 종합대는 사실상 모두 참여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고 1000억원을 보장 받은 대학은 다른 지방대와 비교해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대학가에서는 컨벤션 효과에 따라 탈락한 대학들이 당장 올해 진행 중인 2024학년도 입시에서도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양대 총장 출신인 김 부위원장은 "요즘 대학들은 전공 이수 학점 기준을 낮춰주고 (교수 인사제도는) JA(겸직·Joint Appointment)를 도입하고 있다"며 "벽 허물기는 대학에서 노말(보통의, Normal)로 가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미 학과 구조조정이 대세이고 정부 정책은 이를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모집단위를 광역화하고 대학 간의 벽을 허물자, 그리고 대학과 지역 간, 국내외 국외의 벽을 허물자는 내용이 글로컬대학 사업의 핵심 요소"라며 "대학들이 지원하면서 그런 부분을 더 살펴서 지원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혜경 벌금형 선고에…이재명 "아쉽다" 민주 "검찰 비뚤어진 잣대"
- '마약 투약 의혹' 김나정 누구? 아나운서 출신 미스맥심 우승자
- "김병만 전처, 사망보험 20개 들어…수익자도 본인과 입양딸" 뒤늦게 확인
- 채림, 전 남편 허위글에 분노 "이제 못 참겠는데?"
- "패도 돼?"…여대 학생회에 댓글 단 주짓수 선수 결국 사과
- [단독]'김건희 친분' 명예훼손 소송 배우 이영애, 법원 화해 권고 거부
- "월급 갖다주며 평생 모은 4억, 주식으로 날린 아내…이혼해야 할까요"
- 배우 송재림, 오늘 발인…'해품달'·'우결' 남기고 영면
- 이시언 "박나래 만취해 상의 탈의…배꼽까지 보여"
- '살해, 시신 훼손·유기' 軍장교,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