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맞춤형 억제전략 개정…위협대응 모든 단계 공조 강화

박수찬 2023. 11. 14. 06: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맞춤형 억제전략 10년 만에 개정
국방비전 “北 가장 시급한 위협”
양국 장관 “9·19합의 정지 협의”
전략 개편·탐지능력 강화 등 추진
미사일방어 공동연구 등도 진행
미군기지 반환 등 공동성명 포함
양국 국방 ‘혈맹 넥타이’도 눈길

한·미가 고도화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3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제5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열고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TDS)을 10년 만에 개정했다. TDS란 북한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 국방장관 간 전략문서다.

2013년에 처음 만들어진 TDS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를 반영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한·미는 2021년 TDS 개정에 합의, 2년 만에 개정을 마쳤다. 개정 TDS에는 한·미 정상이 올해 4월 ‘워싱턴 선언’에서 확장억제의 운용 등에 한·미가 함께한다고 합의한 부분도 반영됐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미는 SCM에서 북한 미사일 탐지능력 강화를 위해 미국 조기경보위성 정보공유체계(SEWS) 관련 협력을 강화하고, 미사일 대응전략 공동 연구에 착수하기로 했다. ‘한·미동맹 국방 비전’의 발표도 이뤄졌다. 2010년, 2019년에 이어 세 번째로 채택된 국방 비전은 “우리의 가장 근본적이고 시급한 위협인 북한에 대응하는 동시에 지역과 세계의 안보에 기여하는 미래지향적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미는 북한 도발 위협에 강력히 맞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신 장관은 SCM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도발하면 없어지는 건 김정은 정권, 얻어지는 건 대한민국 주도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기반한 통일”이라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도 “미국이 어디에 전략자산을 전개하든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해서 할 것”이라며 또다른 핵항모가 곧 한반도에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대해선 “어떻게 해결할지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협대응 모든 단계 ‘공조 강화’… 美 조기경보위성 정보 공유

한·미 국방장관이 13일 발표한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과 한·미동맹 국방 비전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과 동맹 협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북한 핵·미사일 대응에서 양국 공조를 강화하고, 한·미 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협력의 밀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협정서에 서명 신원식 국방부 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3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제5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뒤 ‘2023 한·미 맞춤형 확장억제 전략(TDS)’ 협정서에 서명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전략부터 실행까지 ‘동맹 공조’

한·미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고자 선택한 방법은 △전략 개편 △탐지능력 강화 △공동 연구 △연합연습이다. 전략에서 실행에 이르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의 모든 단계에서 동맹의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SCM에서 최종 합의된 맞춤형 확장억제 전략TDS 개정은 북핵에 맞설 한·미 연합군의 작전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한다. TDS가 처음 만들어진 2013년 이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술핵탄두 등을 개발하며 핵 능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한·미 군 당국도 조직 및 부대 개편을 진행했고 F-35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첨단무기 도입도 늘렸다. 개정 TDS는 지난 10년간 한·미의 전력증강,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 특성을 반영했다. 또 정보공유, 협의, 기획 및 실행 등 분야별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구체화했다.

북한 미사일 대응작전을 위해선 조기 탐지와 경보가 중요하다. 한국이 북한과 인접해 발사 초기 단계 탐지는 쉽지만 정찰자산이 많을수록 탐지능력도 높아진다. 이에 한·미는 미국의 조기경보위성 정보공유체계(SEWS)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SEWS는 미국이 운용 중인 10여개의 조기경보위성을 통해 적국 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해 동맹과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국방부는 북한이 KN-23을 비롯한 신형 미사일을 개발한 상황에서 우주 기반 탐지능력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올해 초부터 미국과 관련 협의를 진행해왔다. 군 관계자는 “현재는 미군 조기경보위성이 보내는 정보를 한국군이 실시간 공유하지 않는데, 이를 실시간 공유·전파한다는 의미”라며 “실무 협의와 준비 등을 통해 본격적인 가동 시기 등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 미 우주군과 미 인도태평양 우주군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사일 방어에 대한 공동 연구도 진행한다. 정책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포괄적 미사일 대응전략 공동 연구, 시뮬레이션을 통해 북한 미사일 위협이 한·미 미사일 방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미사일 방어 공동연구(PAWG)는 북한 미사일의 발사 전부터 요격에 이르는 작전 전반을 연구하게 된다. 한·미는 2024년 연합연습에서 북핵 등의 위협을 반영한 연습을 실전적으로 실시하고, 국가 차원의 북핵 대응 능력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대북 압박 뚜렷… 9·19 합의 논의

이번 SCM에선 북한에 대한 압박 기조가 한층 뚜렷해졌다. 공동성명에선 북한 핵·미사일 외에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 가상화폐 탈취, 해외 노동력 송출, 해상 환적 등을 대응해야 할 북한의 위법 활동으로 열거했다. 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했다.

SCM에선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정지 문제도 논의됐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SCM 전에도 합동참모본부가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와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공유해왔다”며 “SCM에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취임 전부터 9·19 합의에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 및 반환도 공동성명에 포함됐다. 한·미는 공동성명을 통해 “용산 국가공원의 완전한 조성을 위한 용산기지 반환의 조속한 추진과 여타 미군기지의 반환에 대해서도 향후 상호 수용할 수 있는 결과 도출을 위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채널에 따른 정례 협의를 통해 관련 사항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양 장관은 이날 SCM 행사에 버건디(짙은 와인색) 색상의 넥타이를 나란히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신 장관이 오스틴 장관에게 70여년의 혈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앞으로 30년 후의 한·미동맹 100주년을 다지는 계기로 삼자는 취지에서 버건디 넥타이를 함께 맬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박수찬·구현모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