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맞춤형 억제전략 개정…위협대응 모든 단계 공조 강화
국방비전 “北 가장 시급한 위협”
양국 장관 “9·19합의 정지 협의”
전략 개편·탐지능력 강화 등 추진
미사일방어 공동연구 등도 진행
미군기지 반환 등 공동성명 포함
양국 국방 ‘혈맹 넥타이’도 눈길
한·미가 고도화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3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제5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열고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TDS)을 10년 만에 개정했다. TDS란 북한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 국방장관 간 전략문서다.
한·미는 북한 도발 위협에 강력히 맞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신 장관은 SCM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도발하면 없어지는 건 김정은 정권, 얻어지는 건 대한민국 주도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기반한 통일”이라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도 “미국이 어디에 전략자산을 전개하든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해서 할 것”이라며 또다른 핵항모가 곧 한반도에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대해선 “어떻게 해결할지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협대응 모든 단계 ‘공조 강화’… 美 조기경보위성 정보 공유
협정서에 서명 신원식 국방부 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3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제5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뒤 ‘2023 한·미 맞춤형 확장억제 전략(TDS)’ 협정서에 서명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한·미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고자 선택한 방법은 △전략 개편 △탐지능력 강화 △공동 연구 △연합연습이다. 전략에서 실행에 이르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의 모든 단계에서 동맹의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SCM에서 최종 합의된 맞춤형 확장억제 전략TDS 개정은 북핵에 맞설 한·미 연합군의 작전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한다. TDS가 처음 만들어진 2013년 이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술핵탄두 등을 개발하며 핵 능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한·미 군 당국도 조직 및 부대 개편을 진행했고 F-35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첨단무기 도입도 늘렸다. 개정 TDS는 지난 10년간 한·미의 전력증강,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 특성을 반영했다. 또 정보공유, 협의, 기획 및 실행 등 분야별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구체화했다.
북한 미사일 대응작전을 위해선 조기 탐지와 경보가 중요하다. 한국이 북한과 인접해 발사 초기 단계 탐지는 쉽지만 정찰자산이 많을수록 탐지능력도 높아진다. 이에 한·미는 미국의 조기경보위성 정보공유체계(SEWS)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SEWS는 미국이 운용 중인 10여개의 조기경보위성을 통해 적국 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해 동맹과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국방부는 북한이 KN-23을 비롯한 신형 미사일을 개발한 상황에서 우주 기반 탐지능력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올해 초부터 미국과 관련 협의를 진행해왔다. 군 관계자는 “현재는 미군 조기경보위성이 보내는 정보를 한국군이 실시간 공유하지 않는데, 이를 실시간 공유·전파한다는 의미”라며 “실무 협의와 준비 등을 통해 본격적인 가동 시기 등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 미 우주군과 미 인도태평양 우주군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SCM에선 북한에 대한 압박 기조가 한층 뚜렷해졌다. 공동성명에선 북한 핵·미사일 외에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 가상화폐 탈취, 해외 노동력 송출, 해상 환적 등을 대응해야 할 북한의 위법 활동으로 열거했다. 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했다.
SCM에선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정지 문제도 논의됐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SCM 전에도 합동참모본부가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와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공유해왔다”며 “SCM에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취임 전부터 9·19 합의에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 및 반환도 공동성명에 포함됐다. 한·미는 공동성명을 통해 “용산 국가공원의 완전한 조성을 위한 용산기지 반환의 조속한 추진과 여타 미군기지의 반환에 대해서도 향후 상호 수용할 수 있는 결과 도출을 위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채널에 따른 정례 협의를 통해 관련 사항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양 장관은 이날 SCM 행사에 버건디(짙은 와인색) 색상의 넥타이를 나란히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신 장관이 오스틴 장관에게 70여년의 혈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앞으로 30년 후의 한·미동맹 100주년을 다지는 계기로 삼자는 취지에서 버건디 넥타이를 함께 맬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박수찬·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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