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편해서 좋은데”…가루쌀은 수입 밀 대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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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반죽 농도 맞추기가 힘들었고, 쌀 특유의 텁텁한 맛도 있었어요. 1년간 시제품을 5번이나 만들고 전문가 조언을 받아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가루쌀은 국내 밀 소비량의 99%를 차지하는 수입 밀을 대체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2019년 개발에 성공한 신품종 쌀이다.
농협은 '우리쌀칩' 현미맛, 양파맛 두가지를 개발했고 해태제과는 수입 밀가루로 만들던 '오예스'에 가루쌀을 첨가한 '오예스 with米(위드미)'를 한정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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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반죽 농도 맞추기가 힘들었고, 쌀 특유의 텁텁한 맛도 있었어요. 1년간 시제품을 5번이나 만들고 전문가 조언을 받아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13일 전남 여수시 율촌면 과자제조업체 쿠키아 2공장에서 만난 김명신 대표이사가 두부과자 ‘미라클 뚜부칩’을 내놓으며 말했다. 두부와 우리밀을 섞어 과자를 생산해온 김 대표는 지난해 말 전남도농업기술원의 제안으로 신품종 ‘가루쌀’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 나서 지난달 신제품을 선보였다. 가루쌀 비율을 23%로 맞추고 양파 분말을 첨가해 고소한 맛을 더하고 텁텁한 맛은 개선했다. 내년에 가루쌀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면 정식 출시를 하고 수출도 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가루쌀을 쓰니 포만감도 좋고 속이 편하다는 반응이 있었다”며 “다만 생산비가 오를 수 있어 정부 차원에서 원가 절감에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루쌀은 국내 밀 소비량의 99%를 차지하는 수입 밀을 대체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2019년 개발에 성공한 신품종 쌀이다. 기존 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 수 있어 밀가루를 재료로 써온 과자류 등의 가공식품 생산에 적합하다. 하지만 보급 초기인 만큼 업계에선 여전히 가루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1만t인 가루쌀 생산량을 2025년 8만t, 2026년 20만t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올해 2000㏊인 가루쌀 재배면적도 2025년 1만5800㏊, 2026년 4만2100㏊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가루쌀을 전량 공공비축미로 매입하고 전략작물직불제도를 도입해 1㏊당 100만~250만원의 지원금도 지급한다.
제품 개발 성과도 나오고 있다. 농림부가 공개한 ‘가루쌀 제품출시 현황’을 보면 지난달 말 기준 7개 제과제빵업체에서 29개 제품을 개발해 시중에 내놓았다. 농협은 ‘우리쌀칩’ 현미맛, 양파맛 두가지를 개발했고 해태제과는 수입 밀가루로 만들던 ‘오예스’에 가루쌀을 첨가한 ‘오예스 with米(위드미)’를 한정 판매하고 있다. 성심당도 김치볶음빵, 초코米(미)마들렌 등 8종, 하림은 닭육수 쌀라면 2종을 선보였다.
하지만 농민들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명기 전국쌀생산자협회 회장은 “아직 판단할 단계는 아니지만 시장 상품성을 잃고 지원이 끊기면 결국 농민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암에서 가루쌀을 재배한 이영복(54)씨는 “직불금이 나오고 수입 밀가루를 대체한다고 하니 가루쌀을 16마지기(1㏊) 심어 80㎏ 포대 180개를 생산했다”며 “수분을 잘 빨아들여 수발아 현상(익은 벼에 싹이 나는 현상)이 잘 일어나고 건조도 오래 걸려 관리가 더 힘들다”고 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국감에서 농림부가 지난해 7개 가공업체로부터 제출받은 ‘분질미(가루쌀)의 제분 특성과 품목별 가공특성 보고서’를 공개하며 “반죽이 잘 찢어지고 팽창이 적어 가공이 어렵고, 유통기한도 짧다”고 지적했다.
농림부 가루쌀산업육성반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원료가 부족해 가공 기술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며 “올해 연구에서는 유통기한은 큰 문제가 없고 빵이나 카스텔라 등에는 오히려 더 적합한 것으로 나와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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