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야근’ 낳는 포괄임금제는 손도 안 댔다
“약정 시간, 실제보다 적어”
노동부는 제도 개선에 난색
‘주 69시간’ 논란 이후 시행된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 발표에는 포괄임금(고정연장근로 포함) 관련 제도 개선이나 법적 규제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노동계는 포괄임금이 ‘공짜 야근’과 과로의 주범이라며 법적 규제를 요구해왔다.
이성희 노동부 차관은 13일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수십년간 현장에서 형성된 포괄임금 계약 관행과 노사·노노 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포괄임금 계약 자체를 금지하는 입법 규제는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야기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대신 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하고 근로감독을 지속해서 실시하겠다고 했다. 노동부는 지난 1~8월 제보를 받아 포괄임금 오남용이 의심되는 사업장 87곳을 감독해 64곳(73.6%)에서 임금체불 26억3000만원을, 52곳(59.8%)에서 연장근로 한도 위반을 적발했다. 이 중 679건에 대해 시정을 지시했고 11건엔 과태료 처분하고, 6건은 범죄로 인지해 수사를 의뢰했다.
노동부는 당초 ‘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을 추진하면서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대책도 약속했다. 근로시간 개편안이 장시간 과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을 고려한 방안이었는데 이후 구체적인 법·제도 개선책은 나오지 않았다.
노동계는 포괄임금에 대한 대책 없이는 장시간 노동을 제대로 규제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야근갑질특별위원장(노무사)은 “장시간 노동과 공짜 노동의 주범인 포괄임금 약정 자체를 금지하고,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에 대한 임금보상 원칙인 사후적인 연장근로 산정과 연장수당 지급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정부 조사에서도 포괄임금제는 최장 주 52시간을 우회하고, 공짜 노동을 야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그러나 포괄임금제 오남용 근절 방안 대책은 익명신고센터와 근로감독이 전부다. 업무 과부하로 기피직종이 된 근로감독관에게 또 책임을 전가할 모양새”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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