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판매사에 책임 물을까… 獨 트리아논빌딩 투자자들 단체행동 조짐
투자자 단체 행동 조짐…주요 은행·증권사서 판매
독일 랜드마크 빌딩 중 하나인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한 펀드가 80%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자, 투자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설 기세다. 과거 금융감독원이 라임 무역금융·옵티머스·헤리티지 펀드의 투자 손실과 관련, 판매사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전액을 물어주라고 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액이 아니더라도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투자 위험을 축소해 설명했다면, 투자자는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있었던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호(파생형) 수익자 총회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했다. 추후 단체 행동에 나서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기준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파생형) 클래스A’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82.32%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2018년 출시됐는데, 멀쩡한 건물임에도 전액 손실에 가까운 손익률을 기록한 건 레버리지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를 설정해 투자자들로부터 총 3700억원을 모집했고, 현지 금융기관(대주단)으로부터 약 5000억원을 빌려 트리아논 빌딩을 매입했다. 당시 단일 자산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중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한 데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트리아논의 감정 평가액은 출시 당시 6억7500만유로(약 8700억원)에서 올해 8월 4억5300만유로(약 6600억원)로 32.9% 떨어졌다. 문제는 당장 대주단으로부터 빌린 돈을 이달 말까지 갚아야 한다는 점이다.
대주단이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을 경우 운용사가 트리아논의 가치가 회복될 때까지 지연 이자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펀드를 끌고 갈 순 있다. 하지만 트리아논의 가치가 반등하는 시점이 언제인지 담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대주단이 트리아논을 강제로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은 판매사를 바라보고 있다. 불완전판매 소지가 드러날 경우 이를 투자자들에게 물어줘야 하는 주체는 판매사인 이유에서다. 해당 펀드는 KB국민은행,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판매됐다.
투자자가 투자금을 전부 환불받으려면 KB국민은행 등 판매사가 판매 시점 이전에 기초자산의 부실을 인지했어야 한다. 판매사가 기초자산이 부실한 펀드임을 알고도 투자자에게 속여 팔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할 수 있다.
실제 금감원은 2020년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 판매사가 이미 판매 시점에 최고 98% 손실이 났음에도 멀쩡한 상품인 것처럼 투자자를 속였다며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투자금 1611억원을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금감원은 옵티머스와 독일 헤리티지 펀드에 대해서도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했다.
다만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호(파생형)는 출시 당시인 2018년이 아닌 코로나19를 겪으며 기초자산의 가치가 하락한 것이기 때문에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전철을 밟을 여지는 적다.
판매사에서 투자자에게 투자 위험을 충실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투자자는 투자금을 ‘일부’ 돌려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IBK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US핀테크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를 판매하면서 투자자에게 안전한 상품이라고 속인 건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고객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라고 했다.
이같은 사례를 봤을 때 손실 배상의 쟁점은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투자 위험을 충실하게 설명했는지 여부다. 통상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해당 펀드의 투자자들이 민원 접수를 하면 판매사로부터 판매 당시 서류, 녹취 파일 등을 제출받아 불완전판매 소지를 조사한다. 이와 관련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해당 펀드 판매 규모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2018년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호 펀드 모집 당시 금융사들은 트리아논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핵심 업무 지역인 뱅킹디스트릭트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독일 저축은행연합회 격인 데카방크(Deka Ban)와 분데스뱅크(Bundes Bank), 프랭클린템플턴(Franklintempleto)이 입주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물론 이 펀드를 운용한 이지스자산운용도 손실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이지스자산운용은 새 임차인을 찾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호의 만기를 2년 연장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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