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恨 풀었다, 이제 '31년 무관' 롯데 홀로 남았다... 착잡한 팬 마음 '롯태형'이 달래줄까

양정웅 기자 2023. 11.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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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롯데 선수단이 지난달 11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 최종전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롯데 김태형 감독.
"(아쉬운 마음이) 안 나면 거짓말이다. 내가 가자마자 바로 (LG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서 아쉬운 마음은 크다. 하지만 내가 LG 선수도 아니고 롯데 선수이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내년에는 우리 팀이 저기(한국시리즈)에 있자'는 생각을 더 강하게 먹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포수 유강남(31)은 지난달 25일 경남 김해 상동야구장에서 열린 김태형(56) 신임 감독과 상견례 직후 취재진과 만나 위와 같은 말을 남겼다. 당시는 포스트시즌 기간이었고, LG 트윈스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상대를 기다리던 때였다.

유강남은 LG에서 오랜 시간 뛰었던 선수였다. 2011년 LG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까지 12년 동안(군 복무 기간 포함) 한 팀에서만 1030경기를 뛰었다. 2010년대 초까지 암흑기를 이어가던 LG는 2010년대 후반부터는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으로 변모했고, 주전 포수였던 유강남 역시 여기에 기여했다. 그러나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정상'에 끝내 도달하지 못하고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4년 80억 원의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팀을 이적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유강남이 팀을 옮긴 직후 LG는 오랜 무관의 한을 풀었다. LG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6-2로 승리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거둔 LG는 대망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팀 창단 후 3번째이자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감격의 우승을 거둔 것이다.

LG 선수단이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기뻐하고 있다.
2021년 1.5경기 차, 지난해 2경기 차로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실패했던 LG는 올해 염경엽(55) 감독이 부임한 후 달라진 팀 컬러를 보였다. 과감한 주루플레이와 강력한 타격이 돋보였고, 투수진에서는 박명근, 유영찬 등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해 힘을 보탰다. 시즌 초반 우여곡절 속에서도 3위권을 유지했고, 6월 27일 1위에 오른 이후로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1994년 이후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달성했다.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을 패배한 후 경기력이 살아나며 내리 4판을 잡으면서 대망의 정상에 올랐다.

LG는 한때 KBO 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팀(10년, 2003~2012년)이었다. 이른바 '6668587667'(10년 동안 LG 순위)이라는 '비밀번호'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에 앞서 먼저 긴 암흑기를 이어왔던 것이 바로 롯데였다. 2001년 8위를 시작으로 4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고, 2007년까지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8888577'의 시기가 있었다. 이에 2000년대 중반 나란히 부진에 빠졌던 KIA 타이거즈까지 묶어 '엘롯기'라는 명칭이 붙었다.

LG 선수단이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현수막을 들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하지만 해태 시절 9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KIA는 2009년과 2017년 통합우승을 거뒀다. 여기에 롯데만큼이나 오랜 기간 우승에 목말랐던 LG마저 올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반면 롯데는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이어진 무관의 기간을 '31년'으로 연장했다.

롯데는 올 시즌 68승 76패(승률 0.472)로 7위에 머물며 2018년 이후 6시즌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시즌 시작 전 포수 유강남과 유격수 노진혁(34), 투수 한현희(30) 등 FA 3인방을 데려오며 전력을 충원했고, 이에 4월 말 9연승을 질주하며 선두 자리에 올랐다. 롯데는 5월까지 승률 0.614를 기록했지만, 6월에만 6연속 루징시리즈를 거두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전반기 막판 5할 승률이 붕괴됐고, 8월 말에는 래리 서튼(53) 감독마저 건강 문제로 사임하는 등 어수선한 시즌을 보냈다.

고개 숙인 롯데 선수단.
부산 사직야구장에 전시된 롯데 자이언츠의 1984년(왼쪽)과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 /사진=양정웅 기자
KBO 리그 원년 팀으로 창단한 롯데는 리그 합류 3년 만인 1984년 강병철 감독의 지휘 하에 후기리그에서 우승한 뒤, 무쇠팔 故 최동원의 4승 투혼 속에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정상을 차지했다. 이후 6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던 롯데는 강 감독이 복귀한 1991년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올랐고, 이듬해에는 2위 해태와 0.5경기 차 3위로 시즌을 마쳤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삼성(준플레이오프 2승 무패)과 해태(플레이오프 3승 2패)를 연달아 꺾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6할 승률(0.651)의 빙그레 이글스를 4승 1패로 물리치고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이 당시만 해도 해태를 제외하면 한국시리즈를 2번 이상 우승한 팀은 롯데뿐이었다.

이후로도 롯데는 1990년대에만 두 차례 더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1995년에는 OB 베어스와 대결에서 6차전까지 3승 2패로 앞섰으나 통한의 2연패를 기록하며 트로피를 내줬다. 이어 1999년에는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상대로 1승 3패 후 3연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이미 힘이 떨어진 롯데는 한화 이글스에 1승 4패로 무너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후 롯데는 한번도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21세기에는 아예 올라간 기록도 없는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기회가 없던 건 아니었다. 2008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 부임 후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양승호 감독 재임기간(2011~2012년)에는 2시즌 모두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가는 등 한국시리즈를 눈앞에 뒀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짧은 영광의 시기 이후 롯데는 2017년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제외하면 가을의 냄새를 맡지 못하고 있다.
롯데 김태형 감독이 취임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랜 기간 이어온 암흑기의 고리를 끊기 위해 롯데는 올 시즌 종료 후 김태형 감독 선임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김 감독은 통산 645승을 거둔 KBO 리그의 대표적인 '명장'이다. 2015년 두산 감독 부임 첫 해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뒤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결국 업셋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에는 KBO 역대 한 시즌 최다 승인 93승을 거두며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김 감독은 2019년 무려 9경기 차를 뒤집고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키움을 4전 전승으로 꺾고 3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21년까지 김 감독은 무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롯데 역사상 다른 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감독을 영입한 것은 이번이 2번째이자 무려 21년 만이다. 지난 2002년 시즌 중 계약한 백인천 전 감독은 1990년 LG 사령탑 시절 통합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지휘봉을 잡은 삼성 라이온즈에서도 리빌딩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러나 롯데에서는 2시즌 동안 41승 122패 3무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둔 채 2003년 경질되고 말았다. 2006년엔 롯데에서 우승(1984, 1992년)을 차지했던 강병철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기기도 했다. 이들을 제외하면 롯데는 거물급 감독을 영입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국시리즈 진출(1993년) 경험이 있는 우용득(9대) 감독이나, 덕장으로 이름이 난 김시진(15대) 감독을 외부에서 데려온 적은 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특히 2015년 이종운 감독 이후 롯데는 초보 사령탑을 선임하는 일이 잦았다.

김태형 롯데 감독이 취임소감을 밝히고 있다.
그렇기에 김 감독의 부임에 롯데 팬들은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은 "모든 감독이 부임하면 기존보다 나은 성적 내야한다는 부담은 있다"면서도 "첫째 목표는 포스트시즌, 이후로는 우승이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승청부사'의 자신감에 모두가 놀랐고, 팬들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롯데와 함께 오랜 시간 무관의 설움을 함께했던 LG는 이제 강팀이 돼 한국시리즈 정상이라는 숙원사업을 해결했다. 한화도 1999년을 마지막으로 24년간 우승하지 못했지만 30년 넘게 무관인 팀은 롯데뿐이다. 이강훈 구단 대표이사는 지난 10월 "내년에는 진짜 '단디' 준비해 더 잘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잘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과연 롯데와 김태형 감독은 '단디' 준비해서 다음 시즌, 또 계약 기간(3년) 안에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까.

팬으로 가득 찬 부산 사직야구장의 전경.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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