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징역 35년에 처해달라”… 구형 늘어난 우리은행 700억원대 횡령 사건
1심 재판부 추가 횡령건 별도 재판 진행
검찰 2심에서 두 사건 하나로 봐야 한다 주장
두 사건 병합할 경우 횡령 직원 형량 크게 늘 수도
700억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우리은행 직원 A씨와 그의 동생 B씨에 대해 검찰이 1심보다 5년 많은 35년을 구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1심 재판 도중 추가 횡령금을 발견하고 이를 기존 범죄와 병합해 1개의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가 검찰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공소시효 만료 범죄까지 추가돼 A씨 형제의 형량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14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는 최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직원 A씨 등 총 3명에 대한 항소심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번 재판에서 A씨에게 징역 35년과 추징금 약 292억원, 그의 동생 B씨에게 징역 35년과 추징금 약 290억원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A씨와 B씨에게 약 504억원을 공동 추징해야 한다고도 했다.
검찰은 1심 재판에서 형제에 대해 각각 30년을 구형했다. 같은 횡령 사건을 두고 2심에서 검찰의 구형이 5년 늘어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3년과 10년, 추징금은 324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 재판에서 A씨 형제가 저지른 횡령 범죄를 ‘포괄일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횡령의 피해자가 우리은행이고, 최초 횡령 범죄를 은폐할 목적으로 다른 횡령을 계속 저질렀기 때문에 하나의 범죄라는 것이다. 포괄일죄는 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죄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A씨 형제 변호인은 포괄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A씨 측이 포괄일죄 여부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 것은 형량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씨 형제는 지난해 9월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는데, 검찰은 1심 재판 중 추가 횡령액 93억원을 파악하고 재차 형제를 기소했다. 검찰은 당시 재판부에 두 횡령 범죄를 포괄일죄로 보고 선고해야 한다며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해당 사건을 별도로 판결했다.
문제는 93억원 횡령 재판에선 횡령 금액 59억원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나머지 금액은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면소를 받았다. 이 재판에서 A씨와 B씨는 각각 6년과 5년의 추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종적으로 A씨는 19년, B씨는 1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만약 2심 재판부가 이 횡령 사건을 포괄일죄로 봐야 한다는 검찰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형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모든 횡령을 하나의 범죄로 보기 때문에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받은 범죄도 처벌을 받게 된다. 기존에는 614억과 59억원에 대해 각각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포괄일죄를 적용하면 면소받은 범죄까지 합해져 횡령금이 707억원으로 늘어난다. 또한 일반적으로 여러 사건을 포괄일죄로 보고 병합해 선고할 경우 각기 다른 범죄로 재판할 때보다 형량이 늘어난다.
포괄일죄를 주장하는 검찰이 2심에서 A씨 형제에게 각 35년을 구형한 배경이다. A씨 측 변호인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두 범죄를 포괄일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형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A씨 측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1심 선고 당시 두 횡령 사건을 따로 심의한 재판부에 대해 법조계와 금융권에선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한다.
1387억원을 횡령한 경남은행 직원도 최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 횡령 사건 2심이 이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35년을 구형하며 “1심을 그대로 유지하면 피고인이 잠시 감옥에 다녀오면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남을 것”이라며 “잠시 감옥에 다녀오면 된다는 잘못된 ‘한탕주의’가 만연해질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 내년 1월 11일 판결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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