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야구팬 올리는 온라인 암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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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한국시리즈 경기 티켓이 200만원을 찍었습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티켓을 구하지 못한 야구 팬이 발을 동동 구르며 내놓은 하소연이다.
한 티켓 사이트엔 실제로 한국시리즈 5차전 1루쪽 테이블석 티켓을 200만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PC방 등에서 조직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티켓을 대량 구매한 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재판매하는 행위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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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티켓을 구하지 못한 야구 팬이 발을 동동 구르며 내놓은 하소연이다. 농담이 아니다. 한 티켓 사이트엔 실제로 한국시리즈 5차전 1루쪽 테이블석 티켓을 200만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정가가 10만원이니 무려 20배나 높은 금액이다. 그나마도 눈 깜짝할 사이에 팔렸다. 정가 3만원짜리 외야석 티켓조차 몇 배 비싼 10여만 원에 판매된다. 온라인상에선 구매한 티켓에 웃돈을 붙여 되판다는 뜻의 ‘플미’(프리미엄의 줄임말)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직접 구매한 티켓을 되파는 건 그래도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진짜 문제는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 등 부정한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PC방 등에서 조직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티켓을 대량 구매한 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재판매하는 행위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팬들 사이에선 “정상적인 방법으로 티켓을 예매하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는 한국시리즈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명 가수 콘서트 등 공연에서도 반복되는 문제다. 지난 5월 한 중고거래사이트에는 ‘브루노 마스 8연석(8개 연속 좌석) 양도합니다’라는 제목을 단 1억8000만원짜리 암표 매물이 버젓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제는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암표 거래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공연법과 경범죄 처벌법에 관련 규정이 있지만 모두 실효성이 떨어져 효능을 기대하기엔 ‘언감생심’이라는 지적이다. 규정 자체에 강제성이나 엄격한 처벌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거나 있더라도 20만원 이하 벌금과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처벌 대상도 오프라인 판매만 포함하고 있는 등 변화된 사회상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공연법은 내년 3월 개정안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에는 정보통신망에 주문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장권 등을 부정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 법이 시행되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연 입장권·관람권을 산 뒤 웃돈을 얹어 파는 행위 자체가 금지된다. 위반 시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같은 내용이 담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스포츠 현장의 관계자들은 처벌 규정만으로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단속이 쉽지 않은 온라인 암표 거래를 단순히 처벌만 강화하는 조치만으로 온전히 뿌리 뽑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선 공연과 스포츠 두 분야가 함께 힘을 합쳐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처할 기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에선 미국처럼 암표 거래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은 ‘스텁 허브’, ‘티켓 마스터’ 등 티켓 재판매 사이트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관리·운영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나 구단과 공식 파트너 계약을 맺고 공식적으로 티켓 재판매와 재구매를 중계한다. 오히려 팔리지 않은 티켓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순기능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국내와 미국의 현실이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암표 문제를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해 둘 수만은 없다. 비정상적인 경로를 타고 유통되는 암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선의의 피해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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