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승인에만 2년…난공사 경험, 직원들에게 훈장으로 남길"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와 기업이 '원팀 코리아'로 힘을 합쳐 해외 인프라 개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이라크의 비스마야 신도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 해외건설 먹거리. 이제 대한민국의 'K-건설'이 선점합니다.
N101 프로젝트 현장 사무실에서 만난 나승훈 GS건설 현장소장의 표정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매립지 지반보강공사를 비롯해 지장물 이설, 민원 처리, 기존 지하철과의 간섭 문제, 단계별 교통전환 등 산적한 난제들이 결국 공기 연장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현장들과 비교해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것. 십수년 간의 싱가포르 현장 경험이 빛을 발했다.
나 소장은 2009년 2월 현지 프로젝트 입찰을 위해 현장에 나왔다. 내년 2월이면 싱가포르에서 지낸지 만 15년이 된다. 어느새 GS건설 내 싱가포르 최장 기간 근무자가 됐다. 앞서 지하철(MRT) 공사 2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3번째 프로젝트로 N101 현장을 맡았다. 앞선 프로젝트들보다 비교해 훨씬 더 까다로운 그야말로 '난공사'라는 게 그의 얘기다.
나 소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2004년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대형 붕괴사고 이후 인근에서 진행되는 첫번째 프로젝트"라며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싱가포르 정부도 트라우마 때문에 모든 면에서 극도로 예민하게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게 AC(Accredit Checker)제도다. 쉽게 말해 설계감리제도인데, 설계사의 설계 오류를 막기 위해 원설계사인 A사와 설계감리사인 B사가 동일한 설계를 동시에 수행한 후 두 설계의 차이가 오차범위 내에 있을 때만 A사의 설계를 인정하는 제도다. 나 소장은 "AC를 거쳐 설계승인을 받는 데만 2년이 걸린 경우도 있다"며 "싱가포르에서 일한 15년 동안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어려운 현장인 만큼 직원들이 겪는 압박감과 피로도 상당하다. 그러나 나 소장은 이 경험이 훗날 직원들의 가슴에 훈장으로 남기를 소망했다. 그는 "커리어를 쌓는 과정은 힘들겠지만 직원들이 난이도 있는 공사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기술적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하고 싶다"며 "이 어려운 프로젝트를 해냈다는 커리어가 훗날 자신의 타이틀이 되고 나아가 회사의 기술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까다로운 싱가포르에서 GS건설이 이처럼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것은 LTA로부터 꾸준히 신뢰를 받고 있어서다. 최근 몇년 간 수주한 프로젝트들이 이를 증명한다. 입찰 최저가 입찰이 아님에도 수주에 성공한 N101을 비롯해 세계 최대 규모의 차량기지 T301(2015년 수주), 싱가포르의 유일한 철도종합시험센터 C190(2020년 수주) 등 난이도 높은 공사를 잇따라 따냈다.
나 소장은 "GS건설의 기술력에 대한 싱가포르 정부의 믿음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라며 "2009년 싱가포르 시장에 참여한 이후 현재까지 안전·품질·환경을 최우선 경영목표로 현장을 운영한 것이 LTA로부터 신임을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건설업체에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 각 업체의 환경 정책이나 현장의 소음·진동 절감 노력, 민원관리, 에너지 재활용 등을 종합평가하는 GGBS(환경인증제도) 심사를 매년 요구하는데 GS건설은 2014년부터 9년째 최고등급을 받고 있다. 이런 입지를 통해 향후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그는 "최근 중국이 저가입찰을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싱가포르 정부는 불확실성이 적고 난이도가 낮은 공사에서만 그들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라며 "지하공사·항만·지하철·대심도 전력구 등 난이도 높은 공사를 선별해 수주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싱가포르)=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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