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감독!" 9년 전 준우승에 오열했던 염경엽 감독, 그자리에서, LG 29년 만의 우승 웃음꽃

신원철 기자 2023. 11. 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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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 기자회견 후 염경엽 감독의 돌발 세리머니 ⓒ 김민경 기자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9년 전 눈물을 참지 못했던 그자리 잠실구장에서, LG 염경엽 감독이 사령탑으로는 첫 우승이라는 결실을 이뤘다. LG에도 29년 만의 우승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였다.

LG 트윈스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kt 위즈와 5차전에서 6-2로 이겨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1차전 패배 후 내리 4경기를 잡아냈다. 선발 케이시 켈리가 5이닝 1실점으로 승리 요건을 갖췄고, 유영찬-함덕주가 허리를, 고우석이 마무리를 책임졌다.

▲ LG 염경엽 감독과 선수들이 우승을 기뻐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염경엽 감독은 두 번째 도전에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2014년 넥센 히어로즈에서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친 팀의 한계를 절감했다. 당시 넥센은 '넥벤저스'라 불리는 막강한 타선을 보유한 팀이었지만 선발진은 빈약했다. 앤디 밴헤켄과 헨리 소사, 오재영까지 3인 선발 로테이션으로 삼성과 맞섰다.

4차전까지 2승 2패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지만 결국 마지막 2경기를 내주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마지막 6차전에서 대패한 뒤 염경엽 감독은 "아쉽다. 나에게는 잊지 못 할 시리즈였다"고 어렵게 입을 열었지만, 이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잠시 자리를 떴다.

▲ 염경엽 감독 ⓒ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염경엽 감독은 이후 넥센에서 2016년까지, SK 와이번스에서 2019년과 2020년 중반까지 사령탑을 맡았지만 한국시리즈 무대는 밟지 못했다. 2019년에는 정규시즌 1위가 유력해 보였으나 시즌 막판 두산 베어스에 역전을 허용하며 한국시리즈 직행에 실패했다. 여기서 맥이 빠진 SK는 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업셋을 당했다.

2020년에는 건강 문제로 중도 사퇴했다.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계기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연수를 받고, 귀국 후에는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2년 동안 KBO리그 현장을 떠나 있던 염경엽 감독은 2022년 시즌이 끝난 뒤 우여곡절 끝에 LG 지휘봉을 잡았다.

LG는 원래 염경엽 감독에게 육성 코디네이터를 맡기려 했으나, 류지현 전 감독이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의 후폭풍으로 계약 연장에 실패하면서 염경엽 감독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구단 고위층의 선택이었다. 계약 기간은 3년, 인센티브를 포함해 21억 원에 한때 코치로 일했던 LG로 돌아왔다.

▲ 차명석 단장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염경엽 감독은 시작부터 대범했다. 그동안 LG에서는 우승이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높은 곳' '마지막 목표' 같은 간접적인 표현으로 부담감을 피해가려 했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달랐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 첫 훈련부터 "2년 안에 우승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당시 염경엽 감독은 "운이 좋았다. 감독 기회가 오더라도 시간이 더 걸릴 거로 생각했다. 생각보다 일찍 복귀하게 됐으니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이 마지막 기회를 살려보겠다. 또 실패를 반복한다면 내가 능력이 없다는 거다"라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했다.

정규시즌에는 호와 불호가 갈리는 야구를 했다. LG는 분명 투타 모두 정상급 기량을 자랑한 팀이다. 팀 타율(0.279)이 1위였을 뿐만 아니라 투수친화형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불리함을 딛고 OPS 또한 0.755로 1위에 올랐다. 팀 평균자책점도 3.67로 1위. 풍부한 불펜을 바탕으로 만든 성과다. 리그 최다 92홀드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투수는 다양한 자원을 두루 활용하는 방향으로, 야수는 주전의 기량을 100% 끌어내는 방향으로 성공을 거뒀다. 2차전 불펜투수 7명의 8⅔이닝 무실점 릴레이는 kt 이강철 감독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야수들은 압도적인 장타력으로 주루에서 나온 마이너스를 만회했다.

염경엽 감독은 시리즈를 마치고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그동안 감독 생활뿐만 아니라 시즌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공부하는 시간을 보냈다. 내게는 큰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어떤 게 부족했는지 다시 한번, 미국 연수 갔을 때 시간이 정말 많았다. 그 시간에 가족도 없고 혼자라 내가 정리했던 노트를 다시 체크하고 재정리하는 시간을 보냈다. 내가 실패한 것들이 자양분이 돼서 이번 시리즈 준비 과정부터 마지막까지 많은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9년 전 눈물과 실패가 만든 우승. 염경엽 감독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우승 감독!"이라고 외쳤다.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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