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계약 물량 없나요"…청약홈 '무순위 공급' 줄어든 까닭
분양 관계자 "빠른 계약·자금 조달 위해 분양 홈페이지 이용"
"절차 간소화·비용 절감은 장점…소비자 알 권리 침해 우려도"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내놓기만 하면 완판 행진을 이어가던 서울 청약시장에서 상반기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고금리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청약에 당첨됐어도 계약을 포기하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높은 청약경쟁률에도 미계약 물량이 속출하는 가운데 분양 대행사들은 청약홈이 아닌 자체 분양 홈페이지에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미계약 물량 수를 숨기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분양업계는 대체로 '절차 간소화'와 함께 빠른 자금 조달이 이점이어서 자체 분양 홈페이지를 활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1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가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공급하는 '더샵 강동센트럴시티'의 미계약 27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지난 11~12일 진행했다.
더샵 강동센트럴시티는 지하철 5호선과 8호선 '천호역'까지 도보 이동이 가능한 더블역세권 단지로 아파트 670가구와 오피스텔 324실, 오피스 221실이 조성된다. 지난달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97가구 모집에 5751명이 몰려 평균 59.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만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 등이 나오며 전체 일반분양 물량 168가구의 약 16.1%에 해당하는 27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더샵 강동센트럴시티의 3.3㎡당(평당) 약 4000만원으로 전용 84㎡ 분양가는 13억4800만~14억2640만원에 책정됐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비(1518만~1951만원)와 기타 옵션, 취득세 등을 포함하면 필요한 자금은 약 15억원에 달한다. 이에 일단 청약을 넣었으나 비용 부담을 고려해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더샵 강동센트럴시티 분양 관계자는 "무순위 공급을 진행한 전체 27가구 중 약 70%는 부적격 물량이었고, 30%는 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인한 미계약 물량이었다"고 귀띔했다.
지난 9월 청약을 진행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의 경우도 자체 분양 홈페이지에서 미계약 물량을 선착순으로 분양하는 케이스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1순위 청약 당시 401명 모집에 5626명이 몰려 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두 자릿수 이상의 청약 경쟁률에 무리없이 완판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고분양가로 인한 부담과 내년 3월 입주로 자금 마련 기간이 짧아 미계약 물량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미계약 물량이 곳곳에서 나오는 가운데 최근 시행사들은 청약홈보다 자체 분양 홈페이지에서 무순위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빠른 계약과 자금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동센트럴시티 분양 관계자는 "더샵 강동센트럴시티는 비규제 지역이라 (사업 주체가) 판단하기 나름"이라며 "청약홈을 통해 무순위 공급 절차를 진행할 경우, 일정이 늘어지고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따로 분양 홈페이지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홈에 따르면 무순위 잔여세대의 경우, 시행 지역이 비규제 지역일 경우 접수주체를 사업주체가 선택할 수 있고 별도의 당첨자 관리 사항이 없다. 규제 지역(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은 청약홈을 통해서만 무순위 물량 공급이 가능하며 당첨자도 명단관리대상에 포함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청약홈을 통해 무순위 공급을 진행하려면 절차상 시간이 소요된다"며 "공급자 입장에서는 계약이 빨리 체결돼야 계약금, 중도금 등 자금 스케줄이 확보된다. 따라서 자체 분양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는 이유는 '절차 간소화'와 '자금 조달'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분양이 많이 나서 숨기는 건 큰 의미가 없고 (사업 주체가) 일부러 (지금) 팔지 않고 시기가 좋을 때 물량을 내놓을 가능성은 있다"며 "다만, 이마저도 국토교통부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마음만 먹으면 적발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절차 간소화'가 가장 큰 목적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약홈 대신 분양 홈페이지에서 무순위 접수를 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계약률 등) 알 권리가 침해될 수 있고 사업자 입장에선 미분양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몇 차까지 무순위 공급이 진행되는지 알리기 싫을 수밖에 없다"며 "청약홈 대신 자체적으로 공급을 진행하면 비용이나 절차가 간소화되긴 한다"고 말했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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