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일 "꼬마때 국악과 사랑 빠져…전통예술 강력한 힘"[문화人터뷰]
'리슨' 앨범부터 '오징어게임' OST, 전통음악까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꼬마 때부터 국악과 사랑에 빠졌어요. 깊이 들어가 보면 아주 넓은 세계가 있어요. 우리 전통예술은 강력한 힘을 갖고 있죠."
지난달 1일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정재일은 뜨거운 현지 반응을 예상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피아노, 국악, 오케스트라를 접목한 음악으로 영국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지난 2월 유니버설뮤직 산하 레이블 데카를 통해 발매한 앨범 '리슨(Listen)' 수록곡부터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영화 '기생충' 사운드 트랙을 연주했다.
특히 소리꾼 김율희 등이 가세한 신곡 '어 프레이어(A Prayer)'가 대미를 장식했다. 국악곡으로 판소리는 물론 장구, 꽹과리의 우렁찬 소리에 런던 심포니와 정재일의 피아노 연주가 더해졌다.
"오래전부터 유럽에 나가면 한국 전통음악이 열렬한 환호를 받는 걸 목격해 왔어요. 특히 3~4시간의 판소리를 완창하는데 언어를 모르면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자주 봤죠. 이번에도 전통 연주자들이 환대받을 거라고 자신했어요. 마지막 곡이 끝나고 모든 분들이 그들에게 환호를 보냈죠."
런던 무대는 한국으로 이어진다. 정재일은 오는 12월15일과 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3년 만의 단독 콘서트를 연다. 솔로 앨범 '리슨'을 국내 관객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그는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오픈스테이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저는 사실 무대 뒤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극장을 내주셔서 기대와 동시에 긴장하고 있다"며 "지루하지 않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슨' 앨범 수록곡을 피아노로 연주하고,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 OST 등을 각 20여분의 메들리 형식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25인조 '오케스트라 더 퍼스트'가 함께한다.
씻김굿과 비나리 등 한국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음악들도 국악 연주자들과 협연한다. 런던에 함께 갔던 소리꾼 김율희와 김덕수 명인 제자들인 사물놀이 느닷을 비롯해 서울예대 교수인 대금 이아람, 재일동포 3세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 아쟁 배호영 등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그는 "20년 넘게 함께해온 전통 연주자들을 소개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며 "보석 같은 아티스트들이 무대 앞에서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천재 뮤지션'으로 불렸지만, 그는 자신을 "근본 없는 음악가"라고 표현했다. 중학교 시절인 1995년 서울재즈아카데미에 들어가 음악 공부를 하다가 기타리스트 한상원에게 발탁돼 한상원 밴드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다. 1999년엔 이적, 한상원 등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밴드 '긱스'로 데뷔했다.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그는 "고등교육에 목말라 있다"고 했다. "지금도 자신이 없을 때가 많다. 교육을 받았으면 더 잘했을까 하는 생각도 여전히 한다"며 "다만 이렇게 근본 없이 음악을 해도 새롭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명 가수들의 음반 작업 등 대중가요부터 영화, 드라마, 공연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 작업을 해왔다. 무용 '사군자, 생의 계절',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연극 '그을린 사랑',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의 음악에 참여했다.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와 어릴 때부터 인연을 맺어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무적의 삼총사' 등 편곡 작업을 함께해온 그는 폐관 소식엔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작곡부터 연주까지 전방위 뮤지션으로 불리지만 현재 작곡가와 음악감독 비중이 90%를 차지한다고 했다. 그는 "음악은 모두의 가장 친한 친구다. 무용도, 영화도, 연극도, 가수도 작곡된 음악을 무조건 필요로 한다"며 "그에 맞는 어법을 찾아서 하는데, 일례로 영화의 경우 감독의 의도를 (음악으로) 통역해주는 통역사의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뮤지컬은 많이 보지 못해서 그 매력을 아직 잘 못 느끼고 있어요. 지금까지 작업한 뮤지컬은 원작자가 있는 것들이죠. 연극이나 무용극은 관객으로서도 굉장히 향유하고 있어요.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인 얍 판 츠베덴이 협업해보자는 황송한 제안도 해줬어요. 제가 근본 없는 음악가라고 했지만, 상관없다고 해서 용기를 얻었죠. 앞으로도 좋은 기회를 계속 찾고 싶어요."
그는 '리슨' 앨범을 내기 전 데카로부터 연락을 받고 처음엔 막막했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개인 앨범 작업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동안은 어떤 테마나 주인공을 위해 주로 작업해왔죠. 맨땅에 헤딩하며 쓰는 곡들이 없었어요. 제 안에 무슨 이야기가 있고 어떤 파편이 있는지 탐험하는 중이에요. 아직은 학습하고 있는 중이죠. 제가 관객으로 즐겨듣는 것들이 짬뽕이 될 것 같아요. 헤비메탈 밴드 출신이라 할아버지가 되기 전에 빨리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있어요.(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혜경 벌금형 선고에…이재명 "아쉽다" 민주 "검찰 비뚤어진 잣대"
- '마약 투약 의혹' 김나정 누구? 아나운서 출신 미스맥심 우승자
- "김병만 전처, 사망보험 20개 들어…수익자도 본인과 입양딸" 뒤늦게 확인
- "패도 돼?"…여대 학생회에 댓글 단 주짓수 선수 결국 사과
- [단독]'김건희 친분' 명예훼손 소송 배우 이영애, 법원 화해 권고 거부
- "월급 갖다주며 평생 모은 4억, 주식으로 날린 아내…이혼해야 할까요"
- 배우 송재림, 오늘 발인…'해품달'·'우결' 남기고 영면
- 이시언 "박나래 만취해 상의 탈의…배꼽까지 보여"
- '살해, 시신 훼손·유기' 軍장교,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
- '성폭행범' 고영욱, 이상민 저격 "내 명의로 대출받고 연장 안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