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to D','탈LG 효과' 오명썼던 LG트윈스, 드디어 명예회복
LG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BO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 KT위즈를 6-2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참으로 오래 기다린 우승이었다. 이광환 감독이 이끌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한 1994년 이래 29년 만에 이룬 감격이다. 당시 유광점퍼를 입고 LG를 응원했던 어린이 팬들은 어느덧 중년이 됐다.
LG트윈스는 1990년 1월 당시 럭키금성그룹이 MBC청룡을 130억원에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됐다. MBC청룡 시절 한 번도 우승을 이루지 못했던 LG는 간판을 바꿔달자마자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다. 1990년 백인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LG는 김재박, 이광은, 노찬엽 등 베테랑 타선과 김태원-김용수-정삼흠 등을 앞세워 삼성라이온즈를 4연승으로 눌렀다.
이어 1994년에는 류지현-김재현-서용빈 등 ‘신인 트로이카’가 중심이 돼 신바람 야구를 펼치면서 두 번째 우승을 이뤘다. 이때만 해도 LG는 우승을 밥먹듯이 하는 명문팀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한국의 뉴욕 양키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LG는 이상하리만치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모기업이 투자를 안 하는 것도 아니고, 팬들의 열기가 부족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서울 연고로 매년 좋은 신인들을 뽑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늘 LG를 외면했다.
2000년대에는 잦은 감독 교체와 이해가 되지 않는 팀 운영으로 만년 하위에 머무는 수모를 겪었다. 심지어 2002년 팀을 KS로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조차 곧바로 팀을 떠나야 했다. 한동안 LG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에 비유됐다.
LG에서 꽃을 못 피웠던 선수가 다른 팀으로 옮긴 뒤 슈퍼스타로 성장하는 일이 반복되자 팬들 사이에서 ‘탈LG 효과’라는 말까지 회자되곤 했다. 프로야구판에서 유명한 명언인 김재박 감독이 LG 사령탑 시절 했던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라는 말은 부메랑이 되기도 했다.
길었던 암흑기는 2020년대 들어 조금씩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9년 차명석 단장이 부임한 뒤 구단 운영은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선수 육성과 외부 영입이 하나둘씩 맞아떨어지면서 LG의 위상은 다시 올라갔다.
LG는 2019년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을 이뤘다. 물론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이때 쌓은 큰 경기 경험은 훌륭한 밑거름이 됐다.
사실 LG는 지난해를 우승 한풀이를 할 절호의기회로 여겼다. 하지만 정규시즌에서 SSG랜더스라는 큰 벽에 막혀 2위에 그쳤다. 6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키움히어로즈의 돌풍에 휘말리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이 무산됐다.
절치부심한 LG는 재계약이 유력했던 류지현 전 감독과 결별하고 염경엽 감독에게 새로 지휘봉을 맡겼다. 과거 넥샌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에서 감독을 맡아 성공과 실패를 맛봤던 염경엽 감독의 경험과 노하우는 LG에서 드디어 꽃을 피웠다.
철저한 관리야구로 선수단의 부족한 점을 메우면서 6월 27일 이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몇몇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것을 넘어 선수단 뎁스를 넓히려고 애쓴 것이 빛을 발했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에서 강력한 불펜 야구가 가능했던 것도 염경엽 감독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선수들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주목한 염경엽 감독의 야구관은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힘을 발휘했다. LG의 오랜 고민이었던 2루수 자리에 그동안 대주자나 대수비 정도로 활용했던 신민재를 기용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신민재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수비력을 빠른 발과 야구센스로 메웠다.
LG 외국인타자 흑역사를 깬 오스틴 딘의 활약도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현수, 박해민, 박동원 등 외부 영입 FA 선수는 물론 고우석, 김윤식, 홍창기, 문보경, 문성주 등 직접 발굴하고 육성한 선수들의 조화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선수 육성, 영입 및 관리에서 늘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던 LG는 최근 몇 년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는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밑거름이 됐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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