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떠는 쪽방촌·달동네 위해…"마지막 연탄공장으로 남고 싶다"[르포]
한파특보가 내린 지난 10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산업 연탄공장'(전주연탄). 공장 입구엔 손으로 그린 듯한 글씨의 소박한 회사 간판이 공장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했다. 주변에 테크노파크를 비롯한 첨단 산업단지가 새로 들어섰지만 전북 유일한 연탄 공장인 전주연탄은 3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문을 통해 들어가자 시멘트 바닥에서 검정 탄가루가 날렸다. 연탄공장에 왔음을 실감했다. 연탄을 실으러 온 포터트럭이 줄을 지어 서 있었고, 한 켠에 막 만들어 흠집 없는 연탄이 10개 높이로 쌓여 있었다.
공장 안에선 컨베이어벨트를 돌리는 모터 소리가 시끄러웠다. 하얀 마스크에 두꺼운 패딩, 목장갑을 낀 작업자 3명은 컨베이어벨트 끝에서 연탄을 들어 공장 구석에 쌓고 있었다. 바닥에는 탄가루가 쌓여 있어 발바닥을 찍으면 자국이 남았다.
연탄은 한 곳에서 캐낸 석탄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석탄의 성분 차이가 있어야만 응집이 가능하고 그래야만 비로소 4400㎉ 이상의 열량이 나오는 3.6㎏의 연탄 한 장을 만들 수 있다.
관리이사 박모씨는 "연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석탄들 배합을 알맞게 하는 것"이라며 "전주산업의 경우 화순군에서 들여온 석탄과 강원도에서 공수해 온 석탄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배합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배합된 석탄들은 22개 구멍이 뚫린 틀 안에 담긴다. 프레스 기계가 위에서 석탄을 압축하면 평소에 우리가 보던 원형 모양의 딱딱한 연탄이 나온다. 초당 한 개씩 나올 정도로 빠르게 수십 개의 연탄이 동시에 만들어진다.
이렇게 완성된 연탄은 화물 트럭으로 실린다. 90%는 취약 계층에게 보내고 나머지는 식당이나 화훼 단지로 배송된다. 겨울철 화훼단지는 따뜻한 온실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기름으로 하기엔 한계가 있어 연탄을 이용한다.
연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연탄 공장의 한숨 역시 깊어지고 있다. 연탄 소비량도 매년 10% 안팎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2019년에는 연탄 64만톤(t)이 소비됐지만 이후 급격히 줄면서 지난해 소비량은 42만톤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약 37~38만톤을 소비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탄공장은 올해 9월 기준 전국 21곳이 돌아가고 있다. 2019년 11월만 해도 전국에 40곳 넘게 운영됐지만 계속되는 경영난으로 절반이 문을 닫았다.
전주산업은 대한민국의 마지막 연탄공장으로 남고 싶다는 사명감 하나로 이곳을 지켜왔다. 석탄 배합부터 연탄 운송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생각하지 않고 원칙에 맞게 운영 중이다. 하지만 전주연탄 생산량도 2017년 750만장에서 지난해 260만장까지 줄어들었다.
이곳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충청도 일부 지역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그 지역의 연탄 주문 수요가 이곳까지 넘어왔기 때문이다. 박씨는 "오가는 트럭 가운데 충청도 쪽에서 오는 도소매업자들이 조금 늘어서 반사이익을 봤다"며 "평소였다면 올해도 전년도보다 10% 정도 주문량이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에서 만난 박임성 사장은 "최근 연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면서 석탄 저장해놓는 창고도 반으로 줄였다"며 "연탄공장은 어차피 새 기계를 만드는 회사도 없어서 새로 짓기도 힘들다. 지금도 (연탄을 사용하는) 어려운 분들이 있으니까 그분들 위해서 연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게 오르는 운임도 연탄생산업자들에겐 걱정거리다. 최근 유가가 급등하면서 이곳 공장 역시 석탄 운임비를 이전보다 훨씬 더 내고 있다. 반면 정부는 2018년 11월부터 5년째 연탄 판매가(공장도가)를 639원으로 동결한 상태다. 다가오는 11월 말에 새로운 공장도가 발표가 예정돼있으나 이번에도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
박씨는 "어찌 됐든 판매가를 올린다고 해도 사실 그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최종 소비자 가격이 더 오르면 연탄 소비는 줄어들고 소비자들이 추위에 떨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취약 계층에 대한 사랑이 곧 연탄 산업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며 "불경기일수록 더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전북)=이병권 기자 bk223@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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