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횡재세

이은정 기자 2023. 11. 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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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는 뜻밖에 굴러 들어 온 재물을 뜻한다.

횡재세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7년 영국 노동당 토니 블레어 총리 집권 직후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값이 치솟은 유럽은 에너지 기업의 과도한 이익을 환수하려 횡재세인 '연대기여금'을 지난해 도입했다.

스페인과 헝가리 등은 은행에 횡재세 부과를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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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는 뜻밖에 굴러 들어 온 재물을 뜻한다. 영어로는 ‘윈드폴(windfall)’이다. 어원은 중세 시대 영국에서 비롯됐다. 당시 영국 사람들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땔감용으로 숲의 나무를 베는 경우가 많았다. 숲 주인들은 도둑 벌채를 엄격히 금지했으나 폭풍에 쓰러진 나무를 주워가는 것은 허용했다. 가난한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나무는 횡재나 다름없었다.


노력 없이 거둔 횡재엔 세금을 많이 매긴다. 우리나라에서 로또복권 당첨금이 3억 원 이상이면 기타소득세 30%에 지방소득세 3%를 합해 33%를 세금으로 뗀다. 횡재세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7년 영국 노동당 토니 블레어 총리 집권 직후였다.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통신 가스 공항 철도 수도 전기 등 수많은 분야를 민영화했는데 헐값 매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블레어 총리는 민영화 과정에서 발생한 시세차익의 23%를 거둬 실업난 해소와 복지 재원으로 활용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값이 치솟은 유럽은 에너지 기업의 과도한 이익을 환수하려 횡재세인 ‘연대기여금’을 지난해 도입했다. 스페인과 헝가리 등은 은행에 횡재세 부과를 확대했다. 최근 이탈리아는 1년간 은행 순이자 이익의 40%를 횡재세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전기료·난방비 급등과 고금리로 고통받는 가계와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정유사와 은행에 횡재세를 물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빅4정유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역대급 영업이익을 거뒀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모든 임직원에게 월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올해도 정유사들은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덕에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은행에도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은행권 이자 이익은 60조 원으로, 역대 최고에 이를 전망이다. 은행들은 300~400% 성과급을 지급하고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 1억 원이 넘는 돈 잔치를 벌였다. 은행의 성과급 잔치는 고금리에 등골이 휘는 서민을 외면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유회사와 은행 모두 독과점 기업이다. 경쟁이 치열한 다른 업종보다 이익을 내기 쉬운 구조란 뜻이다. 따라서 이들 기업은 “적자날 때는 보상해주느냐”고 항변하기 보다는 사회와 함께 이익을 나누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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