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튤립 파동, 공매도와 풋옵션

박찬수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본부장보 2023. 11. 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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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수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본부장보

공식문서에 최초 기록된 공매도는 1630년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광풍이 일었던 튤립거래였다. 당시 암스테르담은 세계 최대의 무역·상품 교역의 중심지였으며, 튤립은 귀족들 간에 서로 자랑삼는 사치품이었다. 튤립 뿌리 하나의 가격은 고급주택 가격이나 고숙련 기술자의 연봉 이상이었다. 수공업자 등 평민 계층까지 튤립거래에 뛰어들면서 튤립 버블현상이 발생했다.

튤립은 봄에 꽃이 만개하고 6월에 뿌리를 캐서 보관하다가 10월에 씨뿌리를 파종하면 겨우내 땅속에서 자란다. 튤립 뿌리는 보관 중인 여름에 무게단위로 거래되는데, 가격이 상승하면서 고품질의 씨뿌리 선점과 차익 획득 목적으로 10월 이후 물품 확인 없이 겨울에도 거래됐다. 겨울에 체결된 거래는 오는 6월에 튤립 뿌리를 인도하는 선도거래였다. 10월의 튤립 뿌리 중량이 수확기 6월보다 무거워서, 매수자들은 가격 변동 없이도 중량 감소에 따른 이익을 취할 수 있어 빨리 팔려고 6월 전에 공매도 했다. 이런 거래방법은 오래전부터 장거리 물품 교역에서 널리 이용되다가 튤립 거래에 활용됐다.

튤립 뿌리를 선도거래로 매수해 조기에 (공)매도하고, 이를 산 매수자는 다시 공매도하는 형태로 하나의 뿌리에 연쇄적인 거래가 체결됐다. 이런 연쇄적 거래로 한 달 내 가격이 수십 배 급등하기도 했다. 1637년 2월 최고가 기록 후 튤립 공급초과 우려로 가격이 급락했다. 가격 버블이 터지자 튤립을 팔아서 대금을 지불하려던 매수자는 매도자에게 대금 전액 지급이 어려워졌고 연쇄적인 거래들로 결제불이행이 확산됐다. 당시 선도거래 시 튤립 뿌리 미소유 상태에서 거래하면 매도자의 결제불이행에 대비해 매수자에게 거래대금의 5% 미만의 위약금을 지불하고 튤립 인수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경우가 많았다. 거래당사자 간에 이런 권리 행사로 결제불이행 분쟁이 상당수 해결됐고, 최종적으로 1638년 네덜란드 정부는 튤립 뿌리 미소유 상태에서 체결된 선도거래에 대해 매수자가 공매도자에게 3.5% 위약금을 내면 선도거래를 무효화하도록 하여 사태를 해결했다.

선도거래(공매도) 시 매도자의 결제불이행 또는 불량품 인도에 대비해 매수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튤립 인수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또는 인도받은 튤립을 매도자에게 되팔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됐는데, 이러한 권리가 오늘날 콜옵션과 풋옵션 거래의 시초가 된 것이다. 당시 매수자가 지불해야 하는 일정 금액(프리미엄)은 오늘날 등가격옵션의 프리미엄(행사가격의 1~5%) 수준과 유사하다.

최초의 금융버블 사태라 할 수 있는 튤립 파동에서 널리 활용된 공매도, 옵션거래 및 선도거래의 차액결제(CFD)의 기법은 17세기 중반 이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나 런던 합자회사들의 주식거래로 전파됐다.

최근 국내 증권시장에 공매도(차입매도)와 차액결제거래(CFD)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거래는 불공정거래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어, 정부는 지난 5일 국내 상장된 모든 주식의 공매도를 내년 6월 말까지 금지했다. 이에 가격 하락 시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공매도 대체기법인 주식선물 매도와 주식풋옵션 매수, CFD 매도, 주식스왑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바스켓에 대한 공매도는 지수선물 매도나 지수인버스ETF 매수 거래로 대체될 것이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에는 공매도 수요가 많은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셀트리온, 엘앤에프, 삼성전자 등 192개 우량종목의 주식선물 거래가 가능하다. 이들 중 47개 종목은 주식옵션거래도 가능하다. 주식옵션의 경우 계약만기시점, 사거나 팔 가격을 미리 결정해야 하는 등 사전 지식이 필요하므로, 이들 상품을 거래하기 전에 상품의 특성, 활용방법, 거래자격요건(기본예탁금, 사전교육, 모의거래) 등을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공매도와 주식선물 매도의 손익구조는 같으나 주식선물의 담보금은 적은 편이다. 주식풋옵션 매수는 가격 하락 시 이익구조는 공매도와 동일하나 가격 상승 시 손실금액은 소액 프리미엄으로 한정되고 담보금도 필요 없어 일반투자자에게 훨씬 유리하다. 이제 규제보다는 건전한 활용을 유도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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