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물류허브도시 부산의 새로운 좌표 설정

진양현 부산경제진흥원장 2023. 11. 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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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현 부산경제진흥원장

대한민국은 이제 주변국에서 당당히 세계의 중심국으로 부상했다. 최첨단 산업과 기술로 무장한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K-컬처, K-방산이 세계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국가경영의 틀도 과거 주변국 사고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세계 경영의 중심 국가로 전환돼야 한다. 최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우리나라가 G2(미국 중국) 중심의 주변국 사고에서 벗어나 개방형 네트워크 중심 국가로 세계 경영의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개방형 네트워크 국가의 핵심에 물류와 금융, 그리고 통상이 있다.

부산은 물류도시, 금융도시, 글로벌 통상도시를 지향한다. 물류와 분리된 부산은 생각할 수 없다. 부산항은 개항 원조 통상이라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세계 2위 환적항, 세계 7위 컨테이너항으로 성장했다. 가덕신공항 추진으로 숙원이었던 트라이포트 항으로서의 그림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지표에 만족할 수 없다. 르네상스의 중심 해양도시 베네치아, 근대 대항해 시대를 개척했던 포르투갈, 해양 중심으로 전 세계를 경영했던 영국이 진정한 물류중심 국가이다.

글로벌 물류도시 부산의 새로운 좌표 설정이 필요하다. 전 세계에 거미줄 같은 개방형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 핵심 역할을 감당하는 허브 도시로서 부산말이다.

물류도시 부산의 의미 있는 벤치마킹 대상은 두바이 국영기업 ‘DP World’의 세계 물류 네트워크 전략이다. DP World는 두바이 제벨알리항에 기반을 두지만 그 네트워크는 세계적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중남미 주요 항만에 직접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신항 제2부두도 이 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DP World가 야심 차게 투자해 개발한 영국 남부 해변 런던게이트웨이는 낙후된 영국의 항만·철도·육상 물류의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유럽의 물류체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필자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직접 방문했던 런던게이트웨이는 두바이 한 회사가 영국의 물류체계를 변혁시킨 사례로 인상적이었다.

유라시아 대륙의 관문도시 부산이 주목해야 할 지역 중 하나는 단연 중앙아시아다. 최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지속 가능하고 잠재력 있는 물류루트로 중앙회랑(Middle Corridor)을 주목하고 있다. 기존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를 보완해 중앙아시아와 카스피해 연안국가를 연결하는 환 카스피해 국제 물류루트(TITR·Trans-Caspian International Transportation Route)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TSR이 제약받고 있고, 이란·시리아 등 중앙아 남부 내륙지역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카스피해 연안의 맹주 도시는 아제르바이잔 바쿠(Baku). 풍부한 석유가스 매장량을 배경으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하고 있다. 바쿠 신항과 주변 경제자유구역(AFEZ)을 중심으로 물류와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며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최근 운영을 시작한 BTK 철도(아제르바이잔 바쿠~조지아 트빌리시~튀르키예 칼스)는 코카서스 지역을 관통하는 새로운 철송 루트이다. 중앙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경제 규모와 국토 면적을 자랑하는 카자흐스탄은 중앙회랑과 TITR의 거점 국가다. 동쪽 끝으로는 호르고스 지역을 통해 중국 서부와 연결되고, 서쪽 끝으로는 악타우항을 통해 카스피해로 뻗어 있다. 카스피해 연안의 카자흐스탄 악타우항과 인근 경제자유구역은 지금 한창 개발 중이다.

최근 부산경제진흥원과 물류기업으로 구성된 물류개척단이 카자흐스탄 악타우에서 물류 포럼을 개최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새로 부상한 유라시아 중앙회랑 물류루트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장래 발전 방향과 협력 방안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미리 가본 미래의 현장이었다.


물류는 막힘이 없이 흘러가야 한다. 자연 지형과 문화 차이와 국경 장벽을 관통해 흘러가야 한다. 부산역을 출발한 철도가 북한과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지나 유럽에 이르고, 전 세계 주요 항만과 내륙운송 터미널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진정한 글로벌 물류허브도시 부산의 앞날을 믿음과 기대의 눈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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