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신선의 고장’ 부산
오래전부터 부산은 ‘신선의 고장’이었다. 부산의 옛 이름인 동래(東萊)는 동쪽에 있는 봉래다. 봉래는 중국의 옛 신화서인 ‘산해경(山海經)’에서 바닷속 신선이 산다고 언급된 곳이다.
부산의 영주동(瀛州洞)이라는 곳은 사마천의 역사서인 ‘사기(史記)’에서 말한 신선과 불사약이 있다는 삼신산인 봉래, 방장, 영주 가운데 영주에서 파생된 명칭이다. 즉 부산이라는 공간은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신선이 살 만한 곳,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는 낙원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 도교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최치원은 부산 앞바다에서 노닐다가 구름과 바다가 잇닿은 신선 세상에 감탄해 ‘해운대’라는 명칭을 붙였다. 부산의 해안을 따라가다 만나는 ‘신선대’는 신선이 백마를 타고 노닐었다며 생겨난 이름이다. 바다가 굽어 보이는 태종대에는 선녀가 내려와서 출산을 했다는 ‘신선암’이 있다. 고려 말 부산의 배산 지역에는 신선으로 추앙받던 김겸효라는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금정산 기슭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소하정(蘇蝦亭)’은 신선 소하가 흰 사슴을 타고 금구선인(金龜仙人)과 놀았다는 곳이다. ‘소하정’은 ‘소정’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금정산 일대에 신선과 관련된 지명으로 존재하며 ‘금구선인과 흰 사슴 모두 보이지 않으니, 바위에 꽃 피고 져도 소하정에는 주인 없네’라는 시인 묵객들의 회고로 남겨졌다.
신선의 고장 부산은 신선 문화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 부산대엔 ‘문창대(文昌臺)’라는 곳이 있다. 문창은 신선 세상에서 학문을 관장하는 별인 문창성을 말한다. 이는 학문의 별을 이어받아 신선처럼 뛰어난 존재가 되길 염원하는 마음을 뜻한다.
동쪽의 봉래인 신선의 고장 부산은 지금 세계 엑스포 유치 결정을 기다리는 흥분 속에 있다. 글자 그대로 엑스포는 화려하고 다양한 물질 문화를 널리 선보이고 진열하는 전시장이다. 따라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부산은 본래부터 신선의 고장이라는 정신 문화에서의 특별함이 있는 곳임을 기억하자. 그러면 문창성이 빛나는 신선의 세계에서 열리는 잔치는 정신과 물질의 가치를 모두 구현하는 오늘의 신선 세상을 틀림없이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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