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청년에 희망의 손길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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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에 사는 A 씨(21·여)는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재수생이다.
A 씨는 아픈 가족을 돌보며 생계를 책임지는 가족돌봄청년이지만 늘 밝게 웃는 성격이라고 한다.
광주 서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B 씨(21·여)도 가족돌봄청년이다.
홍송림 광주 서구 복지정책팀장은 "30대 가족돌봄청년은 어릴 때부터 가족을 돌보면서 미래를 준비할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며 "효자, 효녀라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힘들어도 자신의 처지를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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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수당 지급해 지원 강화
주민들 걷기대회 참여해 힘 보태
A 씨는 엄마의 장애수당만으로는 생활이 빠듯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하고 있다. 엄마의 보험금과 자신의 아르바이트 수입이 있어 차상위 계층으로 분류돼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생활비는 물론이고 엄마의 병원비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오빠가 있지만 혼자 힘들게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A 씨는 수능이 며칠 남지 않아 공부에 전념해야 하지만 엄마를 간병하며 아르바이트를 함께 하고 있다. A 씨는 아픈 가족을 돌보며 생계를 책임지는 가족돌봄청년이지만 늘 밝게 웃는 성격이라고 한다.
광주 서구는 7월 가족돌봄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조례를 처음 제정해 내년부터 수당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구는 8∼9월 두 달 동안 실태조사를 벌여 가족을 돌보는 것으로 추정되는 청소년과 청년 88명을 발굴했다. 가족을 돌보는 것으로 추정되는 청년은 남성 38명, 여성 50명이었다. 연령대는 10대 21명, 20대 44명, 30대 23명이었다.
광주 서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B 씨(21·여)도 가족돌봄청년이다. B 씨의 아버지는 질병 치료를 위해 타 지역에 살고 있고 엄마는 정신질환이 심해 항상 돌봐야 한다. 낮 시간에는 사회복지기관에서 엄마를 돌보지만 밤에는 B 씨가 보살펴야 한다.
B 씨는 엄마를 돌보며 가사를 책임지고 있다. 고등학생인 동생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엄마를 돌보는 것은 오로지 B 씨의 몫이다. 특히 올해 여름 장마 때부터 집 천장에 물이 새면서 곰팡이가 생겼지만 수리를 하지 못해 위생 상태마저 열악하게 생활하고 있다. 이런 좋지 않은 위생 여건으로 동생은 원인 불명의 피부질환으로 입원해 병원비 부담이 큰 실정이다.
홍송림 광주 서구 복지정책팀장은 “30대 가족돌봄청년은 어릴 때부터 가족을 돌보면서 미래를 준비할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며 “효자, 효녀라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힘들어도 자신의 처지를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는 11일 광주천 일대에서 가족돌봄청년을 돕기 위한 ‘함께 서구, 오∼! 잇길 걷기대회’를 개최했다. 서구는 참가 인원 1004명을 목표로 세우고 대회를 추진했는데 주민 1000여 명이 신청을 하며 따뜻한 마음을 보탰다. 광주천 5.2km를 걷는 대회에는 600명 넘게 참여했다. 주민 조선익 씨(40)는 “5.2km를 걸으며 5000원을 기부해 가족을 부양하며 자신을 희생하는 이웃 청년을 도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참가비 5000원으로 십시일반 마련된 후원금은 조만간 A 씨와 B 씨에게 전달된다.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은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걷기대회에 예상보다 많은 주민이 참가해 희망을 전하게 됐다”며 “전국 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가족돌봄청년을 돕는 지원조례를 제정하는 등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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