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47> 버텨내고 있는 존재들을 위한 영화. 권철 ‘버텨내고 존재하기’

방호정 작가 2023. 11. 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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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와 전철, 고속버스를 갈아타고 광주광역시의 광주극장에서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보기 위해 먼길을 떠났다.

김일두, 곽푸른하늘, 김사월,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 정우, 고상지&이자원, 최고은&주소영, 그리고 1935년 일제강점기에 개관하여 88년째 그 자리를 지키는 단관 극장 광주극장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버텨내고 존재해 준 광주극장과 버텨내는 데 힘을 보태준 많은 사람들, 근사한 영화를 남겨준 많은 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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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살 광주 극장이 들려주는 노래

시내버스와 전철, 고속버스를 갈아타고 광주광역시의 광주극장에서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보기 위해 먼길을 떠났다. 11월 1일 전국 개봉했지만, 이 영화는 굳이 광주극장에서 보고 싶었다. 광주 출신 뮤지션 최고은 기획·권철 연출의 이 작품은 인디음악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핏줄이 당길 멋진 뮤지션이 다수 출연한다.

김일두, 곽푸른하늘, 김사월,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 정우, 고상지&이자원, 최고은&주소영, 그리고 1935년 일제강점기에 개관하여 88년째 그 자리를 지키는 단관 극장 광주극장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2019년 팬데믹이 한창일 무렵, 관객과 무대를 잃고 기약 없이 버텨내고 있던 뮤지션들이 버텨내기의 아이콘이자 대선배인 광주극장에서 촬영했다. 매표소 계단 복도 객석 영사실에서 노래하고 극장에 얽힌 기억과 각자 버텨내온 시간에 대한 단상, 버텨내기 위한 나름의 노하우에 대해 이야기한다.

광주극장 앞에 서자 박태규 화백이 손으로 그린 정겨운 극장 간판이 반긴다. 불 꺼진 2층 객석에 앉아 단관극장의 압도적인 규모의 스크린에 비치는 영상과, 멀티플렉스에선 결코 맛볼 수 없는 공간감이 느껴지는 사운드. 어린 시절 내가 부산 남포동 단관극장에서 느낀 그 공기의 냄새까지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었다.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극장을 보유한 도시 광주가 몹시 부러웠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낡고 촌스럽다는 핀잔을 들으며 오래 버텨온 결과. 광주극장은 대체될 수 없는 살아있는 역사가 되었다. 광주 시민에겐 과거의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한 추억들이 생생하게 깃든 더욱 특별한 공간일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광주극장은 그저 버텨내는 것만으로 더욱 특별해지고 멋스러워 질 것이다.

얼마 전 강원도 원주의 마지막 남은 60년 된 단관 극장 원주아카데미 극장이 수많은 영화인과 시민의 반대 속에서도 철거됐다. 그 자리에 주차장이 생긴다고 한다. 최대한 완곡히 표현해 ‘바보’라고 말하고 싶다. 버텨내고 존재해 준 광주극장과 버텨내는 데 힘을 보태준 많은 사람들, 근사한 영화를 남겨준 많은 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새로운 버킷리스트가 하나 생겼다. 100주년 되는 날 광주극장에서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꼭 다시 관람할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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