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소비대국 美서 ‘K-베이커리’가 잘나가는 이유

이태동 기자 2023. 11. 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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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뚜레쥬르 매출 급증
미국 워싱턴 게인스빌에 있는 뚜레쥬르 매장을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모습. /CJ푸드빌

2005년 미국에 1호 매장을 냈던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말 기준 미국 30개 주(州)에서 147개 매장을 갖고 있다. 2004년 미국에 진출한 뚜레쥬르도 매장이 2019년 59개로 늘었고, 지금은 26개 주 102개가 됐다. 두 회사 모두 최근 4년간 미국 매장이 70% 넘게 증가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뛰었고, 올 상반기 처음으로 미국 법인 흑자를 냈다. 2018년부터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뚜레쥬르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50% 급증했다. 2017~2022년 미국 베이커리 카페 시장이 연평균 -0.1%(시장조사 기관 IBIS월드) 역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 베이커리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확실한 뿌리를 내리고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한국 빵이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세계 1~2위 소비 시장 미국에서 성공한 비결은 뭘까. 업계 안팎에선 다민족·다인종 문화에 맞춘 수백 가지 종류의 빵, 자유롭게 빵을 살펴보고 고를 수 있는 한국식 중앙 진열 방식 같은 차별화 포인트에 ‘동네 빵집’을 표방하는 인테리어 전략이 시간이 흐르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K팝 등 한류 열풍에서 파생된 K푸드에 대한 관심도 한국 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미국에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이다. 두 회사 모두 최근 4년간 미국 매장이 70% 넘게 증가했다. /SPC

◇미국에는 없는 ‘빵 백화점’

현지 외식 전문지와 베이커리 매거진은 한국 빵 업체들에 대해 ‘미국에 유사한 형태의 경쟁자가 없다’고 평가한다.

한국 업체들은 도넛, 베이글, 크루아상, 바게뜨, 케이크 등 다양한 종류의 빵을 모두 취급하며 매장마다 300~400종 제품을 팔고 있다. 출신 인종과 민족이 다양한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일종의 ‘빵 백화점’ 전략이다.

미국에는 도넛이나 베이글 등 세부 품목만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가 많지만 여러 종류를 한꺼번에 취급하는 전국 프랜차이즈가 거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인구 밀도가 낮은 미국 특성상 원료 수급과 관리의 문제 때문에 수백 가지 빵을 한꺼번에 다루는 체인 사업을 생각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나마 미국 종합 베이커리도 100종류 이하의 빵을 팔아 한국의 3분의 1~4분의 1 수준인 데다 최근에는 빵보다 수프·샐러드·샌드위치 등 식사 위주의 메뉴를 강화하는 추세여서 한국 업체들의 빵 백화점 전략이 효과를 얻고 있다고 한다.

개별 품목 중에선 케이크 인기가 높다. 동그란 홀(whole) 케이크, 알록달록 디자인된 생크림 케이크를 미국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픽=양진경

◇직접 빵 담는 방식, 현지 문화에도 잘 맞아

매장 한가운데 빵을 두는 중앙 진열 방식으로 손님이 직접 눈으로 제품을 확인하도록 한 것도 차별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선 익숙한 매장 디자인이지만, 베이커리를 포함해 미국 프랜차이즈는 카운터 앞에 제품을 진열해 놓고 손님이 선택하도록 한 것과 다른 부분이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줄 서서 뒷사람을 의식하며 빵을 골라야 할 필요 없이 천천히 빵을 살펴보면서 직접 선택하도록 한 게 ‘개인 취향’을 중시하는 현지 문화에 잘 맞았다”고 했다.

최근에는 ‘당일 생산, 당일 판매’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빵을 굽고 포장하는 작업을 손님들이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한 매장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이런 디자인이 수십년 전 미국·유럽의 동네 빵집과 비슷한 모양이라고 해서, 현지에선 한국 업체 매장을 ‘맘앤팝(mom and pop·엄마 아빠가 운영하는 듯한 소규모 사업장)’ 스타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모두 초기 한인타운 근처에서 시작한 것과 달리 최근엔 현지인들이 사는 교외 지역과 쇼핑몰 등에 자리를 잡으면서 현지인 손님 비율이 70%를 넘는 곳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두 회사는 2030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에서 1000개 매장을 열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북미 시장이 신규 출점 규제와 과열 경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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