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높인다며… 텔레그램서 ADHD 치료제 ‘위험한 거래’

최미송 기자 2023. 11. 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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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 팔죠. 어제도 한 번에 3통 사간 분이 계셨어요."

텔레그램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를 판다는 한 판매자는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수능을 앞두고 효과가 높다고 사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수험생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ADHD 치료제를 '집중력 향상제'라고 광고하며 불법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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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치료제에 마약류 성분 들어… 치료外 사용금지 어기고 불법판매
증상 없는데 무분별 처방 병원도
전문가 “부작용 가능성 커” 경고
식약처 “마약류관리법 위반 처벌”
“없어서 못 팔죠. 어제도 한 번에 3통 사간 분이 계셨어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일주일가량 앞둔 이달 8일. 텔레그램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를 판다는 한 판매자는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수능을 앞두고 효과가 높다고 사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제시한 가격은 한 달가량 복용할 수 있는 한 통에 20만 원 안팎이었다. 판매자는 “문의가 많아 재고는 보장 못 하니 원하는 수량부터 문의해 달라”고 했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수험생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ADHD 치료제를 ‘집중력 향상제’라고 광고하며 불법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일부 약품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마약류이기 때문에 구입 및 투약 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마약류’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

ADHD는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질환이다. 사용되는 치료제의 주성분은 ‘메틸페니데이트’다. 그런데 현행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이 성분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치료 목적 외에 판매하거나 복용할 경우 처벌받는다. 의학계에서도 심한 신체적,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물질이라는 이유로 치료 목적에 한해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하지만 ADHD 치료제의 일시적 각성 효과로 “집중력이 좋아졌다”, “잠을 안 자고 공부했다” 등의 소문이 퍼지면서 수험생용으로 학부모 등이 구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올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를 나눠주던 일당도 “기억력과 집중력이 좋아지는 ADHD 치료제”라는 점을 내세웠다.

일부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ADHD 치료제를 무분별하게 처방하며 오남용을 부추기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가 이달 6일 강남구 대치동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방문해 “ADHD 증상은 없지만 곧 수능이라 약을 처방받고 싶다”고 하자 원장은 “위안이 된다면 그렇게 해주겠다”며 응했다. 인터넷에서는 증상이 없어도 ADHD 약을 처방해 주는 병원 명단도 돌고 있다.

ADHD 치료제 오남용 사례가 이어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 8월 말 메틸페니데이트 관련 오남용이 우려되는 의사 6237명에게 “의학적 타당성 없이 처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준에 따라 오남용 의심 처방이 지속되는 의사에 대해선 처방·투약 금지 명령 등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도 진행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달 16∼31일 메틸페니데이트를 불법 판매·광고하거나 유통·구매하는 내용이 담긴 게시물 약 200건이 적발됐다”며 “모두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전문가 “일반인 복용 시 효과 없어”

전문가들은 “마약류 약품을 오남용할 경우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승민 가천대길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 질환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인이 약을 복용할 경우 원하는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며 “두통이나 혈압 이상, 위장 불편 등 부작용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약을 복용한 뒤 집중력이 향상됐다면 실제 ADHD 환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다면 혈압이나 맥박의 변화로 도리어 집중력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약 범죄 전문 박진실 변호사도 “의료용 마약류를 오남용하거나 판매 및 유통에 가담할 경우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김윤진 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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