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짜증나는 ‘입씨름’
말을 바르고 신중하게 하지 않으면, 그 말 때문에 말시비, 말다툼, 입씨름, 아귀다툼 등이 벌어진다. 말로써 행해지는 시비나 싸움은 감정이 개입돼 격하고 야비하게 흘러간다. 이런 싸움이 개인 차원을 넘어 공인(公人)들 사이에서 벌어지면 실망스럽고 짜증 난다. 우리는 정치판에서 이런 사태를 자주 접했다. ‘입씨름’으로 불리는 설전(舌戰)은 승자가 없다. 서로 헐뜯는 거친 말싸움은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간의 ‘입씨름’이 화제다. 송 전 대표가 먼저 던졌다. 그는 한 장관을 향해 ‘어린 놈’, ‘건방진 놈’이라는 막말을 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송 전 대표가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을 성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작정한 듯하다.
송 전 대표의 문제 발언은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나왔다. 그는 지지자들 앞에서 한 장관을 거론하며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나. 어린 놈이 국회에 와서...이런 놈을 그냥 놔둬야 되겠나. 물병이 있으면 물병을 머리에 던져버리고 싶다”고 원색 비난했다. 사석도 아니고,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온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5선 의원과 여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 할 말인가 싶다.
송 전 대표의 막말이 발단이긴 했지만 한 장관의 대응도 실망스럽다. 검찰 사무를 총괄하는 법무장관이 정치색을 드러내고 민주당을 향해 공격성 발언을 계속해온 가운데 ‘추잡한 추문’, ‘정치를 후지게’라는 단어를 써가며 반박했다.
한 장관은 11일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 같은 사람들이 돈 봉투 수사나 과거 불법자금 처벌 말고도 입에 올리기 추잡한 추문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기들이 도덕적으로 우월한 척하며 국민들을 가르치려 든다”고 했다. “고압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 년간 후지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말꼬리를 잡고 벌어지는 정치판의 ‘입씨름’에 국민들은 짜증을 넘어 혐오감을 느낀다. 영향력있는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일수록 발언을 신중하게, 언어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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