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청춘이 다시 인생의 황금기가 되려면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로 시작하는 ‘민태원’의 ‘청춘예찬’은 오래도록 청년기를 묘사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필이었다. 이 글이 쓰인 것이 1929년이니 엄혹하던 일제강점기에조차 청년기는 빛나는 시기였나 보다.
하지만 어느샌가 우리나라에서 ‘청년’은 실업, 빚, 고립, 심지어 자살이라는 너무도 마음 아픈 단어와 연결되는 호칭이 됐다. 오죽하면 “초경쟁사회에 출생해서, 능력주의 사회, 저성장 사회에서 자라고,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한 첫 세대로 청년기에 들어서서, 척박하고 차가운 사회에서 고독생으로 발을 딛고 있다가, 고독사하는 세대(김현수 외, 2022, 가장 외로운 선택)”라는 평가까지 받게 됐을까?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됐던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청년, 특히 20대 청년 자살자가 늘어났고 청년의 고립도 심화됐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현상은 주거비 상승이나 취업 실패 같은 경제적 요인보다는 ‘나같이 불행한 인생을 내 자녀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청년들의 마음 상태 때문이라고도 한다. 정부도 청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20년 청년기본법을 제정한 이후 여러 가지 청년 정책을 만들고 있다. 지난 9월19일에는 보건복지부에서 청년 중에서도 특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돌봄청년, 고립·은둔청년,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지원 방안에 초점을 맞춘 청년 복지 5대 과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인천에서는 2021년 청년 기본조례를, 올 4월에 은둔형 외톨이 지원조례, 7월에는 자립준비청년 지원조례를 제정했고 10월에는 가족돌봄청소년·청년 지원 조례를 발의하는 등 청년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 하지만 청년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청년기를 바라보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청년은 단일한 집단이 아니라 처지와 형편이 다양한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시기다. 모든 청년이 일정한 삶의 궤적을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저마다의 속도와 지향점을 가지고 걸어가고 있음을 사회에서 받아들여 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부모세대에 비해 성인이행기가 훨씬 길어졌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기나긴 청춘’(장 비야르, 2021)이라는 책 제목이 보여주듯이 청년이 한 명의 성인으로 사회에 뿌리 내리기까지 필요한 시간이 길어진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오랜만에 일가친척이 모인 날, ‘대학은 붙었니, 취업은 했니, 결혼은 언제 할 거니’가 아니라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뭔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뭔지, 최근에 행복했다고 느꼈던 순간이 언제인지’ 물어봐 주는 어른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그런 어른이 많아지는 만큼 청년기를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누려야 할 황금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청년도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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