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신 칼럼] 가을여행 단상
#1 국내외 여행을 막론하고 떠나기 전날에는 아직도 잠을 설치고 여행길을 나선다는 것 자체가 매우 흥분되고 재미있는데 이상하게도 일상으로 돌아오면 금방 잊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얼마 전부터 다짐하는 것은 추억을 소환하는 방안으로 메모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하나, 제대로 여행 글을 쓸 수 있을지 걱정된다. 며칠 전 부산 여행을 하고 오면서 느낀 몇 가지 단상을 남겨본다.
수십 번 KTX를 타며 눈여겨보지 못했으나 이번 여행에 동반한 일본인 지인이 지적해 자세히 보노라니 KTX는 승강장과 열차 사이 철로가 보일 정도로 떨어져 노약자나 어린아이는 열차에 올라탈 때 매우 위험하게 보이는 데 비해 일본의 신칸센은 거의 승강장에 붙어 닿을까 말까 하는 정도라 ‘왜 우리는 그리 설계되지 않았나?’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생활 속의 안전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안전사고 발생은 아직도 일상과 산업장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위험성이 높은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는데 정부와 각 지자체의 노력은 당연하고 국민 역시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자신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안전을 무시한 불감증으로 발생한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므로 유치원과 초등학교부터 생활 속 안전에 대해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
#2 부산 출장을 마치고 서울역에 도착해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Taxi’라는 영문 안내판만 있지 승차용과 하차용 표시가 안 돼 있다 보니 뒤에 서 있던 외국인이 기다리는 줄을 헷갈려 묻기에 설명해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시내 곳곳의 영문표기 안내판과 한글 안내판이 띄어쓰기가 제대로 돼 있는지 궁금했다. 예로 ‘서울대공원’ 표지판을 보고 내국인은 쉽게 이해하지만 외국인은 ‘서울대 공원’인지 ‘서울 대공원’인지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제화와 외국인 유치에 신경을 쓰는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만이라도 깨끗하고 조용한 도시로 거듭날 것을 기대해본다.
대한민국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2021년 선진국으로 규정하고 있고 경제적 및 군사적 위상은 10위권 이내로 경제 규모나 소득 같은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으나 경제의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이나 교육경쟁력, 삶의 질 평가, 국가청렴도 측면, 환경 분야 등에서는 중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목적지를 얘기했으나 한마디 대답도 않고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달려가는 모습에 인공지능(AI) 시대에 따스한 사람의 말 한마디가 그리워진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제도나 체계보다도 국민적 의식 수준의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3 짧은 여행 중에 챙겨 읽은 인상 깊었던 책은 올해 출판된 하버드대 교수들이 지난 85년간 3대에 걸쳐 1천300명을 대상으로 종단연구를 수행한 결과를 정리한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다. 이 책은 행복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가족, 친구, 동료 등 주변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가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준다고 한다. 인간관계를 끈끈하게 만드는 친밀감은 서로에 대한 배려, 긍정적인 감정과 자발적인 참여 및 노력에 의해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인구사회학적 위기의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령층의 가장 높은 자살률과 최고의 빈곤율을 보여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향후 선진국 진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은퇴 인력의 활용 및 소속감을 통한 관계 활성화를 모색하는 것은 고령자의 만성적인 고독을 예방하고 나아가 국민 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필자는 10여년 전 한양대고령사회연구원장 재임 동안 한국생애설계협회를 창립하고 고령자를 위한 3A(Adventurous, Active, Aging-도전하며, 활동적 생활을 통해 나이 들자)와 3H(Harmony, Happy, Healthy-조화롭게 어울리며, 행복한 마음을 가져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캠페인을 전개한 적이 있다. 대한민국이 불과 반세기 만에 급속한 경제적 발전을 성취했듯 세계인들이 가장 살고 싶은 행복한 국가로 대한민국을 지목하는 그날이 오길 기대한다. 가을은 짧기 때문에 늘 아쉽다.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을 눈에라도 담기 위해 가을여행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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