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된다’ 꺼낸 정의선 “울산 전기차 공장, 현대차의 50년 미래”
“우리에게는 세계 제일의 무기가 있는데 그 무기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능공’들이다. 훌륭하고 우수한 이들의 능력과 헌신에 힘입어 머지않아 한국의 자동차, 우리의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온다고 나는 확신한다.”
13일 오전 울산광역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열린 현대차의 국내 첫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에서 창업주 정주영 선대회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주영 회장이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 남긴 말로, 현대차가 AI(인공지능) 기술로 그의 육성을 복원했다. 올해 창립 56주년을 맞은 현대차는 이날 선대회장의 목소리를 빌려 ‘100년 기업’을 지향하겠다고 선언했다. 손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새 공장은 앞으로 50년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향한 또 다른 시작”이라며 “이 자리에서 100년 기업의 꿈을 나누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가진 ‘확신’처럼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처음으로 글로벌 ‘톱3′ 자동차 기업이 됐다. 올해도 2년 연속 톱3가 유력하다. 전기차 판매 비중도 최상위권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며 주요 자동차·배터리 기업이 잇따라 미래차 투자를 철회·연기하고 있다. 이들과 달리 현대차그룹이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이런 자신감이 배경이란 분석이다.
◇사람 중심 “하면 된다” 정신 이어 100년 기업
울산 공장은 현대차가 창립된 1967년 조립 공장으로 첫 생산을 시작했다. 반세기가 지나며 울산공장은 연 140만대 안팎을 생산하는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자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톱3로 올라서는 기반이 됐다. 현대차는 이날, 이 공장을 미래차 공장으로 바꾸기 위한 첫 삽을 떴다. 새로 짓는 공장은 2026년 1분기부터 연 2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 공장 전체 면적이 축구장 80개 규모인 54만8000㎡(16만6000평)에 달한다.
정의선 회장은 “반세기 전 자동차 산업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서 현대차는 국산 고유 모델을 만들었고, 해외에 의존했던 설비와 부품을 국산화하고 생산 기술을 발전시키며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었다”면서 “지난 50년간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면서 큰 꿈을 이뤄간 선배님들처럼, 선대 회장님의 정신 ‘하면 된다’는 생각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새 전기차 공장에서는 맨 처음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대형 전기 SUV를 만들 계획이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차세대 순수 전기차로 현대차그룹의 플래그십 제품(브랜드 대표 제품)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새 공장에 인공지능(AI) 기반 생산 자동화 설비와 수요 맞춤형 생산, 첨단 스마트 물류 시스템 등 최신 기술을 대거 적용하기로 했다.
◇2년 연속 글로벌 ‘탑3’ 유력
전기차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에서도 현대차가 전기차 전략을 더 적극적으로 펴는 것은 경쟁사보다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더 적극적인 투자로 전기차 선두 주자 테슬라를 추격하고, 후발 주자를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정의선 회장도 현재 전기차 시장에 대해 “큰 틀에서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면서 “비용을 줄이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대신 운영의 묘를 살려서 대응하겠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2년 연속 글로벌 판매 ‘탑3’가 유력하다. 주요 기업의 1~3분기(1~9월) 판매 실적을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은 판매량 548만1000대로 도요타(826만5000대)와 폴크스바겐(676만2000대)에 이어 3위다. 4위 스텔란티스와 5위 GM(제너럴모터스)을 80만대 가까이 앞섰다. 전체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도 약 7%로 판매 상위권 기업 중 GM(약 8.7%)과 폴크스바겐(7.9%)과 더불어 가장 높은 편이다. 세계 1위 도요타는 이 비중이 1~3분기 0.9%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GM과 폴크스바겐은 중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이 높아, 중국 아닌 지역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상대적으로 더 앞서 있는 편”이라며 “전기차, SUV와 하이브리드를 기반으로 차근차근 전기차 전환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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