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양극화… 한진해운 파산이후 6년만에 최악

최형석 기자 2023. 11.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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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량채에 자금 안 들어와… 저신용 기업 자금조달 어려워져
일러스트=박상훈

지난달 24일 발행된 LS일렉트릭(신용등급 AA-)의 3년물 금리는 연 4.691%였다. 반면, 같은 LS그룹 계열사인 LS전선(A+)의 3년물 금리는 5.148%였다. 둘의 차이는 LS일렉트릭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높다는 것이다. 다른 여건은 거의 같은데, 발행 금리 차이가 0.457%포인트가 난 것이다.

경기 둔화에 기업 부도 우려가 커지고 돈이 우량 회사채로만 몰리면서 회사채 금리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채엔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채권 금리가 올라가는(채권값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회사채는 ‘투자적격(BBB- 이상)’과 ‘투자부적격(BB+ 이하)’으로 나뉜다. 투자적격 중에선 다시 ‘우량채(AA- 이상)’와 ‘비우량채(A+ 이하)’를 구분한다. AA-등급과 A+등급은 한 등급 차이이지만 우량과 비우량으로 나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량과 비우량 등급의 금리 차이가 한진해운이 파산한 2017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그만큼 비우량 채권을 팔려면 더 높은 금리를 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픽=박상훈

◇한진해운 파산 이래 최악 금리 양극화

13일 금융투자협회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3년 만기 회사채 AA- 등급과 A+ 등급 간 금리 차(스프레드)는 0.619%포인트였다. 이 스프레드는 작년 11월 중순 0.15%포인트 정도였는데 작년 연말부터 확대되기 시작해 지난 2월 말 0.70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후 0.6%포인트 수준을 유지 중이다. 직전 최대는 한진해운이 법원으로부터 파산을 선고받은 2017년 2월의 0.717%포인트다. 코로나 발병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렸던 2021년 3월에도 스프레드는 0.3%포인트대였다.

◇카드·캐피털사도 이자 비용 급증

자금 양극화는 금융사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은행채 발행 한도가 없어지면서 제1 금융권인 은행들이 채권을 찍어 조달하는 자금을 늘리자, 2금융권인 카드·캐피털 등 여전사들의 돈줄이 조여지고 있다. 카드·캐피털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으로는 자금을 조달할 수 없고, 오로지 채권을 찍어야 한다. 그런데 채권 금리가 더 높아지면서 비용이 늘었다.

특히 신용등급이 BBB+~AA-인 캐피털사의 자금 조달이 더 어렵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캐피털사의 이자 비용은 3조10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1조8400억원)보다 70% 가까이(1조2600억원) 급증했다. 카드사도 이자 비용이 54% 넘게(1조2000억원) 늘었다. 한 캐피털사 임원은 “회사의 조달 비용이 증가하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대출 이자가 0.3~0.4%포인트 정도 오르게 되는 식”이라고 했다.

대출 영업 자금을 조달할 때에도 기간을 과거엔 3~4년 장기로 빌렸던 것을 요즘은 1~2년 단기로 빌려야 한다. 한 달 전체로 대출 영업할 자금이 조달 안 되니 ‘매달 20일까지’ 등 영업 기한을 정해놓는 2금융권 회사가 있을 정도다.

◇양극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 가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채권시장 양극화로 인한 자금 경색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관건은 글로벌 금리를 움직이는 미국 기준금리가 떨어져야 하는데 그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한수일 NH 아문디 채권운용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자금난은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로 진입하면 눈 녹듯 사라질 것”이라며 “문제는 그 시점이 6개월 이상 뒤에나 올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도 필요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여기에 캐피털사·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자금을 많이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가 완화돼야 이 회사들이 발행한 채권도 시장에서 원활히 소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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