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백화점 지하1층을 트럭에 싣고~~"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2023. 11. 14.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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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한큐백화점 우메다 본점에서만 살 수 있는 과자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평일 오후 3시 한큐백화점 우메다 본점(오사카시)에서 약 15㎞ 떨어진 오사카부 스이타시의 주택가에 이동식 판매차량이 도착했다. 판매차량의 측면에는 과자가 늘어서 있다. 고객들은 장바구니를 손에 들고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전용 앞치마를 두른 점원들이 고객들을 응대하고 주변 사람들은 웅성이며 상당한 호기심을 보인다.

2023년 7월 한큐백화점 우메다 본점을 운영하는 한큐한신백화점은 모바일 판매차량 신규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 이름은 '달리는 백화점 지하 디저트매장'으로 백화점 지하 1층 매장에서 판매되는 70~80종의 일본과자와 서양과자를 적재했다. 유명 제과메이커와 협업한 '그랑칼비'나 '해피턴즈' 등 인기상품도 풍성하게 갖췄다. 상품을 구매할 때 고객은 판매차량의 이동거리에 따라 추가로 '출장요금'을 내게 되는데 예를 들어 출장 목적지가 한큐백화점 우메다 본점에서 25㎞ 이내인 경우 1회 결제당 세금을 포함해 110엔(약 1000원)이 출장비로 추가된다. 교통비가 비싼 일본에서는 백화점까지 가는 전철요금보다 훨씬 저렴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백화점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쇼핑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며 사회문제 해결의 측면도 있다.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고령자, 육아를 하는 부모, 업무가 바쁜 직장인의 수요를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

어디로 출장을 갈지는 종업원이 선택하지만 지자체나 고령자 시설에서 우리 지역에 오라는 문의가 늘어 공식 채널을 통해 출장요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이는 매장을 두고 흔히 '마이크로마켓'이라고 부르는데 그동안은 슈퍼마켓과 편의점이 이동식 판매차량을 운영하며 그 영역을 넓혀갔으나 백화점 중심의 일본식 과자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이동 판매차량 시도는 처음이라고 한다. 생활용품이나 잡화 등 일용품이 아닌 약간은 사치스러운 디저트용 과자가 얼마나 팔릴지 예측하기 힘들었던 한큐한신백화점은 지난해부터 1년간 실증실험 형태로 이동형 판매차량을 운영했고 다양한 검증작업을 거쳐 본격적인 서비스에 돌입했다.

이 사업은 2023년 말까지 우메다 지역의 400개 스폿에서 매출 2억엔(약 18억원)을 목표로 판매 중이다. 이 회사는 이 출장사업을 프랜차이즈체인(FC)으로 개발해 2026년 5개 기업, 2033년 20개 기업으로 가맹기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엔 차량을 관리할 수 있는 토지를 보유한 운송업체와 외출이 어려운 고령자 등 '취약쇼핑객'이 늘고 있는 지자체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예상매출은 약 2000억엔(약 1조8000억원)으로 잡았다.

이세탄백화점 신주쿠 본점(도쿄도 신주쿠)에 이어 일본 백화점 중 두 번째로 높은 매출을 자랑하는 한큐백화점 우메다 본점이 이렇듯 획기적인 도전을 하는 데는 고령화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이전에 일본 백화점업계에 닥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함이 더 크다.

인터넷마켓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코로나19로 인한 매장 방문객 급감 등 마냥 앉아서 손님을 기다릴 수만은 없는 최악의 영업현실을 헤쳐나가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도시의 상징으로 최적의 위치에 매장을 건설하고 고객을 유인하는 마케팅에서 벗어나 지역수요를 정밀히 파악하고 급기야는 백화점 매장을 트럭에 실어 직접 찾아가는 '모바일 매장' 확대에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이러한 백화점의 대대적인 개혁은 백화점업계가 처한 곤경을 반영하는 동시에 부흥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을 기대한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딸랑딸랑 종소리와 함께 두부장수가 골목을 돌아다니며 두부를 팔곤 했는데 이제는 최고급 백화점 매장이 트럭에 실려 구석구석에서 비슷한 장사를 하고 있으며 그 시장규모가 매장매출과 전자상거래 매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고객과 시장은 늘 살아서 움직인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낀다.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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