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사로 떠넘긴 근로시간 유연화, 노동 개혁 후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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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기존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되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노사가 원할 경우 연장 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하도록 하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6월부터 석 달간 근로자·사업주·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는 안에 대해 동의(46.4%)가 비동의(29.8%)를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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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직종 못 정하고 모호한 방향만
비전·해법 제시해 개혁 동력 살려야
문제는 근로단위 유연화정책의 골자인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연’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점이다. 현행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연장근로 단위 선택을 노사로 떠넘긴 고육책이다. 일방통행식 독주 대신 기업에 자율성을 주자는 취지는 좋지만, 자칫 개혁에 대한 의지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정부가 1년 반이 지나도록 혼선만 빚다가 두루뭉술한 방향만 제시한 것도 한심하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경영계는 물론 노동단체도 대화에 참여하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겠다”고 했다.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한국노총이 복귀한다지만 대화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는 업종·직종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노사가 쉽게 합의할 리 만무하다. 연장근로 확대 동의 비율이 높은 업종은 제조업과 건설업, 직종으로는 설치·정비·생산직과 보건·의료직, 연구·공학 기술직이다. 서비스 업종을 빼면 사실상 모든 업종과 직종이다.
주 52시간제 개편은 윤석열정부의 노동개혁 1호 법안이다. 기업에겐 인력 운용의 묘를, 근로자에겐 근로 시간 선택의 자유를 주자는 게 명분이었다. 자칫 또다시 공론화 작업으로 시간만 끌다가 골든타임을 놓치고 노동계·경영계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누더기가 될지도 모른다. 경직된 근로시간 개편을 통해 노동 효율성과 경제 활력을 높이는 건 절체절명의 과제다. 명확한 비전과 실질적 해법을 제시해 노동개혁의 동력을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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