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피크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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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가장 화려할 때 진다." 미국의 동아시아 국제전략분석가 브래드 글로서먼은 4년 전 저서 '피크 재팬'에서 일본의 운명을 벚꽃에 빗대면서 2010년대 2기 아베 신조 정부 시절 국력이 최정점에 도달했고 이후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일본 경제는 치명적 타격을 받았는데도 자민당의 독주 체제로 정치개혁도 구조조정도 실패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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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새 일본은 피크 재팬과 거리가 멀다. 올 상반기 성장률이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가장 높다. 연간 전망치도 일본이 2.0%로 25년 만에 한국(1.4%)을 추월(국제통화기금 추정)한다. 급기야 일본에서 한국의 성장기는 끝났다는 ‘피크 코리아’가 등장했다. 일본 경제지 ‘머니1’은 인구절벽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속히 줄어 한국 성장률이 정점을 찍고 내려가고 있다며 주요 7개국(G7) 진입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언론에서 중국을 두고 ‘피크 차이나’가 거론되고 있지만 다른 나라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고도 했다.
국제금융가의 예측도 다르지 않다. OECD는 얼마 전 보고서에서 한국 잠재성장률이 올해 2%를 밑돌고 내년 1.7%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1년 전 골드만삭스도 한국 경제가 2040년대 0%대 성장에 그치고 2060년대부터 역성장기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12위인 한국 경제의 위상도 2075년 말레이시아·나이지리아 등에도 뒤처져 15위권 밖으로 밀려난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외환위기 때를 빼곤 국가적 차원의 개혁이 없었다. 보수와 진보 정권이 번갈아가며 집권했지만 예외 없이 노동·연금·공공·교육개혁은 용두사미로 끝났고 규제·기득권·고비용장벽도 여전히 견고하다. 그사이 저출산·고령화까지 겹쳐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지 오래다. 정치권은 날만 새면 정쟁에만 몰두하고 암울한 경제에 숨통을 틔울 만한 미래 신성장 동력도 보이지 않는다. 피크 코리아가 현실로 바짝 다가온 듯하다. 중국도 걱정이지만 진짜 걱정해야 할 건 우리가 아닌가.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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