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칼럼] 與, ‘공천 실패’ 총선백서만 쓰다 말 건가
반성하고 혁신 실천 더 속도 내야
물갈이·중진 돌려막기 남발 안 돼
당선 가능성을 최우선 기준 삼길
‘총선 공천 실패 정당’. 보수 여당의 얼굴에 찍혀 있는 낙인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과 미래통합당이 20·21대 총선에서 공천 파동으로 연패하면서 얻은 불명예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초반엔 압승이 전망됐지만 ‘진박’(진실한 친박) 공천 갈등이 김무성 대표의 ‘옥새(당대표 직인) 들고 나르샤’ 사태로 번지면서 패배했다. 122석으로 123석의 더불어민주당에게 제1당을 내준 것이다.
내년 4월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어떤 성적표를 받을까. 공천 실패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환골탈태에 얼마나 속도를 낼지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혁신안들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참신하고 개혁적인 내용이 많다. 무엇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권에 45세 미만 청년을 50% 할당하자는 제안은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영남과 서울 강남 등 여당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일부 지역구를 청년들만 경쟁해 공천하는 특별지역구로 선정하자는 것도 일리가 있다.
40대 이하 유권자가 50%를 넘지만 같은 연령대 국회의원은 16.4%(49명)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청년층 공천 확대는 정치 세대 교체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협치가 실종되고 정쟁이 일상화한 국회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카드다. 만일 ‘이준석 신당’이 출범할 경우 청년 세대의 시선을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국회의원 10% 감축, 불체포특권 포기, 구속 국회의원 세비 박탈, 현역 의원 하위 20% 공천 배제 등의 혁신안도 주목할 만하다. ‘국해의원(國害議員)’이라는 단어까지 생긴 마당이다. 국민 신뢰가 바닥인 국회의원의 특권 축소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여당이 선도적으로 수용 의지를 밝힌 뒤 개헌·입법을 위한 야당의 동참을 압박한다면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물갈이 공천과 거물급 의원들의 험지 돌려막기 공천이 승리의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21대 총선에서 43%의 현역 의원을 교체한 미래통합당이 27.9%를 바꾼 민주당에 대패한 것만 봐도 그렇다. 반면교사로 삼을 사례는 또 있다. 서울 양천을에서 3선을 한 김용태 의원은 당의 요구로 서울 구로을로 옮겼다가 낙선했다. 충북 청주 상당을에서 4선 한 정우택 의원도 민주당 도종환 후보를 잡기 위해 청주 흥덕에 출마했지만 역시 승리하지 못했다. 두 의원이 떠난 지역구에선 민주당 의원이 당선돼 미래통합당은 결국 두 석을 빼앗기고 말았다. 산토끼를 쫓다 집토끼까지 잃은 꼴이다. 국민의힘은 이번엔 무원칙한 컷오프를 자제하고 지역 기반과 당선 가능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이기는 공천’을 해야 한다.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백서에서 공천 실패, 막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 부족, 민주당의 재난지원금 전략을 패인으로 꼽았다. 특히 “원칙 없는 공천 탓에 번복이 잦았다”고 했다. 청년 공천신청자들을 ‘청년 벨트’라고 하는 수도권 험지에 배치한 점도 패인으로 지적됐다. 국민의힘이 22대 총선에서 답습해선 안 될 실책들이다. 여당은 20·21대 총선백서를 변화의 나침반으로 삼아 유권자가 원하는 인재를 공천하고 혁신의 바다로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총선 3연패의 굴욕을 면하는 길이다.
김환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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