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돈이 많았으면 좋겠지

2023. 11. 14.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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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는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복권을 산다.

다른 한 친구는 "만약 내가 복권에 당첨되잖아?"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즐긴다.

'돈이 많았으면 좋겠지.' 우리는 자주 상상한다.

우리의 상상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보자면 실상 너무도 소박한 나머지 씁쓸한 기분이 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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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경

담배는 끊었으면 좋겠고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사 먹고 싶지 가끔은
친구들에게 꽃이나 향수를 선물하고 싶어

오늘은 재료 소진으로 일찍 마감합니다
팻말을 본 사람들이 아쉬워할 때
나는 그 가게의 주인이 되고 싶지

매일이 소진의 나날인데
나를 찾아오는 발길은 드물지

돈을 많이 벌고 싶지
사랑도 하고 싶은데 잘하고 싶은 거지

(중략)

손가락 위에서 달콤하게 빛나는
내일이라는 약속이 필요한 거지 우리는
한 친구는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복권을 산다. 다른 한 친구는 “만약 내가 복권에 당첨되잖아?”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즐긴다. ‘돈이 많았으면 좋겠지.’ 우리는 자주 상상한다. 우리의 상상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보자면 실상 너무도 소박한 나머지 씁쓸한 기분이 될 때가 많다. 이웃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거나 직장을 그만두고 못다 한 공부를 한다거나…. 우리가 꿈꾸는 사치란 기껏 이런 것이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말은 결국 좀 제대로 살고 싶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랑도 하고 싶은데 잘하고 싶다”는 말. “옷장 속에서 남몰래 축축해”지는 ‘나’를 꺼내 말리고 싶다는 말. 실은 돈이 아니라 좀처럼 잡히지 않는 “내일이라는 약속”을 우리는 소망하는 것이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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