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세상 떠나도 쉽지 않은 뒷정리... '고독사 상속' 어쩌나

최다원 2023. 11. 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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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인 찾지 못하면 제3자가 대신 처리
평균 3년 걸리는 절차에 엄두조차 못 내
"공적영역이 책임지는 시스템 만들어야"
서울의 한 쪽방촌 내부.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

3일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서 7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지 열흘은 족히 넘은 것으로 보이는 그를 신고한 건 주민센터 관계자였다. 경찰은 유족을 찾지 못해 남성의 죽음을 변사로 처리하고, 후속 절차를 관할 자치구에 넘겼다. 그가 남긴 흔적은 휴대폰 하나였다.

1인가구 증가와 함께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지는 꽤 됐다. 고독사는 그저 한 개인이 겪는 세상과의 단절에 그치지 않는다. 망인이 이승에 두고 간 물건 등 재산을 누구에게 주느냐 하는 상속 문제도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근 4년간 서울에서만 169건의 유류금·유류품이 관할 자치구의 관리 대상이 됐다. 끝내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지난한 청산 과정을 밟고 나서야 국고로 귀속된다. 마지막 가는 길까지 고단한 죽음이다.


나 홀로 죽음의 마지막, "7년 걸릴 수도"

고독사 증가세는 가파르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2년 1,025명이었던 무연고 사망자는 2017년 2,412명에서 2021년 3,378명으로 3배 넘게 늘었다. 전체 사망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20년 1%를 넘어섰고, 65세 이상 노인의 고독사 비중이 전체의 40%를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홀로 떠난 이들의 재산을 정리하는 작업은 까다롭다. 민법상 재산상속은 어딘가 존재할지 모르는 상속인에게라도 즉시 승계가 원칙인데, 제3자가 이를 대신 처리하려면 △유족 수색 △상속재산관리인 선임 △채권 및 수증 변제 △상속인 재수색 △국가 귀속 등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통상 3년, 길게는 7년까지도 걸린다”고 말했다.

상속 업무를 도맡는 재산관리인을 구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 집주인과 같은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로 법원이 지정하는데, 긴 시간 복잡한 채권∙채무관계를 따져야 해 변호사가 선임될 때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남은 재산이 선임료(약 300만 원)보다 적으면 법적 절차 없이 지인들끼리 암암리에 계산을 해버리고 끝내기도 한다.


곤혹스러운 뒷수습... "책임은 사회의 몫"

무연고자 사망 시 잔여재산 처리 절차. 그래픽=박구원 기자

결국 상당수는 일선 공무원이 '무보수 상속재산관리인'을 자처하게 된다. 서울의 한 복지업무 담당자는 "고독사로 돌아가신 분들은 생전 소액 임차인인 경우가 많은데, 상속에 지나치게 시간을 끌면 임대인이 새 세입자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라며 "또 청산 절차에 문제가 생기면 지자체가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고인의 소지품 관리 역시 지자체 몫이 될 때가 허다하다. 또 다른 자치구의 복지과 관계자는 "주로 휴대폰, 지갑 정도가 남는데 마땅한 보관 공간이 없어 잘 포장해 놓는 정도"라고 말했다.

집 정리 업체들의 고민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족 수소문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에 투입되면 작업자가 유품의 재산적 가치를 임의로 판단해 처분할 수 없어 곤란한 경우가 있다"면서 "계속 늘어나는 고독사 실태를 감안해 속히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개선 노력이 없지는 않았다. 2020년 복지부는 사회복지시설 거주 무연고자가 500만 원 이하 유류금을 남기고 숨지면 시설운영자가 관리인 선임 없이 잔여재산을 보고할 수 있게 하는 등 단계를 간소화했다. 홀몸노인의 유언장 작성을 돕는 공공기관도 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2017년부터 공무원용 매뉴얼을 만들어 매년 200건 정도 상담을 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 정도로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연고 사망자의 상속재산 처리를 전담하는 기구를 만들거나, '공공 상속재산관리인 제도'를 두는 등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공식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의 백주원 변호사는 "고독사는 사회적 문제이나, 책임은 개인에게 떠맡겨진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센터는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17일 연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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