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세상 떠나도 쉽지 않은 뒷정리... '고독사 상속' 어쩌나
평균 3년 걸리는 절차에 엄두조차 못 내
"공적영역이 책임지는 시스템 만들어야"
3일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서 7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지 열흘은 족히 넘은 것으로 보이는 그를 신고한 건 주민센터 관계자였다. 경찰은 유족을 찾지 못해 남성의 죽음을 변사로 처리하고, 후속 절차를 관할 자치구에 넘겼다. 그가 남긴 흔적은 휴대폰 하나였다.
1인가구 증가와 함께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지는 꽤 됐다. 고독사는 그저 한 개인이 겪는 세상과의 단절에 그치지 않는다. 망인이 이승에 두고 간 물건 등 재산을 누구에게 주느냐 하는 상속 문제도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근 4년간 서울에서만 169건의 유류금·유류품이 관할 자치구의 관리 대상이 됐다. 끝내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지난한 청산 과정을 밟고 나서야 국고로 귀속된다. 마지막 가는 길까지 고단한 죽음이다.
나 홀로 죽음의 마지막, "7년 걸릴 수도"
고독사 증가세는 가파르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2년 1,025명이었던 무연고 사망자는 2017년 2,412명에서 2021년 3,378명으로 3배 넘게 늘었다. 전체 사망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20년 1%를 넘어섰고, 65세 이상 노인의 고독사 비중이 전체의 40%를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홀로 떠난 이들의 재산을 정리하는 작업은 까다롭다. 민법상 재산상속은 어딘가 존재할지 모르는 상속인에게라도 즉시 승계가 원칙인데, 제3자가 이를 대신 처리하려면 △유족 수색 △상속재산관리인 선임 △채권 및 수증 변제 △상속인 재수색 △국가 귀속 등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통상 3년, 길게는 7년까지도 걸린다”고 말했다.
상속 업무를 도맡는 재산관리인을 구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 집주인과 같은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로 법원이 지정하는데, 긴 시간 복잡한 채권∙채무관계를 따져야 해 변호사가 선임될 때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남은 재산이 선임료(약 300만 원)보다 적으면 법적 절차 없이 지인들끼리 암암리에 계산을 해버리고 끝내기도 한다.
곤혹스러운 뒷수습... "책임은 사회의 몫"
결국 상당수는 일선 공무원이 '무보수 상속재산관리인'을 자처하게 된다. 서울의 한 복지업무 담당자는 "고독사로 돌아가신 분들은 생전 소액 임차인인 경우가 많은데, 상속에 지나치게 시간을 끌면 임대인이 새 세입자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라며 "또 청산 절차에 문제가 생기면 지자체가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고인의 소지품 관리 역시 지자체 몫이 될 때가 허다하다. 또 다른 자치구의 복지과 관계자는 "주로 휴대폰, 지갑 정도가 남는데 마땅한 보관 공간이 없어 잘 포장해 놓는 정도"라고 말했다.
집 정리 업체들의 고민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족 수소문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에 투입되면 작업자가 유품의 재산적 가치를 임의로 판단해 처분할 수 없어 곤란한 경우가 있다"면서 "계속 늘어나는 고독사 실태를 감안해 속히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개선 노력이 없지는 않았다. 2020년 복지부는 사회복지시설 거주 무연고자가 500만 원 이하 유류금을 남기고 숨지면 시설운영자가 관리인 선임 없이 잔여재산을 보고할 수 있게 하는 등 단계를 간소화했다. 홀몸노인의 유언장 작성을 돕는 공공기관도 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2017년부터 공무원용 매뉴얼을 만들어 매년 200건 정도 상담을 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 정도로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연고 사망자의 상속재산 처리를 전담하는 기구를 만들거나, '공공 상속재산관리인 제도'를 두는 등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공식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의 백주원 변호사는 "고독사는 사회적 문제이나, 책임은 개인에게 떠맡겨진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센터는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17일 연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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