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지역 장벽 허물기 전략 통했다…학내 협력 관건
통합 강원대 2026년 공식 출범한림마이크로캠퍼스 시군 설치
구성원 동의·학부 개편 등 쟁점
강원대와 강릉원주대, 한림대는 학과 간, 대학과 지역 간 장벽 허물기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를 포함해 대학 간 통합을 내세운 4개 대학은 모두 본지정에 성공했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는 2026년 통합대학을 출범시키겠다는 구체성, 한림대는 도내 18개 시·군에 직접 찾아가는 교육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한 점이 호응을 얻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림대의 경우 글로컬대학 30에 신청한 사립대 73곳 중 본지정에 포함된 대학이 3곳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혁신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글로컬대학 2곳을 배출한 지역은 강원과 경북이 유이하다. 생존경쟁에서 일단은 한숨을 돌렸지만 각 대학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 강원대·강릉원주대 ‘통합’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는 ‘강원 1도1국립대’를 통해 차별화에 나섰다. ‘강원 1도 1국립대학’은 ‘강원대’를 통합교명으로 사용한다. 3년 후인 2026년 공식 출범하며, 각 캠퍼스별 특성화를 진행한다. 두 대학은 이를 통해 강원특별자치도의 지역 균형발전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춘천캠퍼스는 연구거점, 원주캠퍼스는 산학협력거점으로 계획을 세웠고 삼척캠퍼스는 지역산업거점, 강릉캠퍼스는 지학연협력거점으로 육성한다. 캠퍼스 총장제를 도입해 각 캠퍼스별 권한을 보장하고 △창업미네르바스쿨 △국제교류혁신센터 △탑클래스 통합학과 △지역특성화 계약학과 등을 마련해 학생중심의 교육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정부 공모사업을 위해 강원도내 대학이 통합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만큼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통합 논의를 주도했다. 김헌영 총장은 60여 차례 걸친 간담회와 공청회를 개최했고 학생·직원 대표들과도 수시로 만났다. 실질적인 대학 간 통합은 차기 총장의 몫임을 감안, 총장 후보자들과도 만나 동의를 구했다. 그때마다 김헌영 총장은 “지금이 아니면 우리는 또다시 외부의 압력에 의해 뼈를 깎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한림대 AI 기반의 ‘K-고등교육모델’ 구현
한림대가 제시한 비전은 ‘AI 교육 기반 창의 융합인재를 양성하는 열린 대학’이다. 교육과정 전반에 AI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AI를 통해 학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지금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해당 시스템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교육 콘텐츠 제작과 전달, 피드백도 AI 기반 시스템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찾아가는 대학’도 강조했다. 한림대는 이번 선정을 통해 더이상 캠퍼스 안에, 춘천 안에 머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내 18개 시·군과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림마이크로 캠퍼스를 구축하고 개방형 창업공간인 Station C를 조성, 대학이 지역의 산업과 창업, 인구 유입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한림마이크로 캠퍼스의 경우 도내 시·군 중 절반 정도가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출신인 최양희 한림대 총장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K-고등교육모델을 구축, 대한민국 대학 교육의 모델을 만들겠다고 했다. 최양희 한림대 총장은 “이미 하버드 등 세계 대학은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며 “AI 기반의 교육 모델을 구축해 다른 지역 대학은 물론, 외국에도 보급해 K-University를 구현하겠다”고 했다.
■ 성공적인 안착은 과제
두 대학 모두 강도높은 혁신을 예고하면서 구성원 내부의 협력은 과제다. 삼척대학교와의 통합으로 인한 갈등이 20여 년 째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강원대 입장에서는 강릉원주대와의 통합, 각 캠퍼스별 특성화 전략 구현 때 구성원들의 동의와 협조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미 학생들은 졸업증명서에 캠퍼스를 구분해 명시해 달라 요구할 만큼 통합에 대한 정서적인 반감이 여전한 상황이다. 강원대 한 교수는 “통합 의지를 어떻게 실천할 지가 더 중요하다”며 “글로컬대학 선정에 섣부른 기대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학에서 구체적인 성과나 결과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림대 역시 모집단위의 단계적 광역화, 입학 후 전공을 선택하는 메타전공학부 도입을 택했다. ‘학과 간 칸막이 해소와 기득권 축소를 위해’ 교원은 융합클러스터 중심으로 채용하겠다고 했다. 학생 선택을 받기 위한 학과 간 경쟁을 유도하면서 기초학문이 고사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림대 한 관계자는 “이미 소속변경 자율화가 안착돼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을 택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전공을 제공하는 게 목적이지 기초학문 고사나 폐과 등이 주는 아니다”라고 했다.
본 지정에 성공한 각 대학은 내년 2월까지 전문가 컨설팅을 거쳐 실행계획서를 수정·보완한다. 평가 결과에 이의가 있는 대학은 오는 22일까지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최종 검토 결과는 11월 말 발표된다. 내년도 사업은 4월 예비지정, 7월 본지정을 목표로 추진된다. 오세현· 정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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