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코글루 잘 들어' 토트넘 출신의 독설..."멍청한 실수는 그만해라"

고성환 2023. 11. 13. 23: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OSEN=고성환 기자] "멍청한 실수(stupid mistake). 무모하게 용감하다."

잘 나가던 앤지 포스테코글루(58)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단 두 경기 만에 굴욕적인 비판을 들었다.

영국 '토크 스포츠'는 12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 미드필더 출신 제이미 오하라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겅호(gung-ho: 무모하게 용감한)' 전술을 큰 소리로 지적하면서 팀에서 나가야 할 선수들을 지목했다. 그는 울버햄튼 원더러스전 이후 격분했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11일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에서 울버햄튼에 1-2로 역전패했다. 

토트넘은 첼시전(1-4)에 이어 또 한 번 패배를 맛보며 승점 26점에 머물렀다. 순위도 4위까지 떨어졌다. 10경기 무패 행진(8승 2무) 후 2연패. 반면 울버햄튼은 승점 15점(4승 3무 5패)을 만들면서 12위로 올라섰다.

[사진] 선제골 후 다트 세레머니를 펼친 브레넌 존슨.
[사진] 역전골 후 기뻐하는 마리오 르미나와 황희찬.

출발은 좋았다. 토트넘은 경기 시작 3분 만에 브레넌 존슨의 데뷔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페드로 포로가 올려준 크로스를 정확하게 마무리하는 깔끔한 득점이었다. 

토트넘은 이후로 울버햄튼의 공세에 밀리긴 했지만, 어떻게든 버텼다. 하지만 후반 막판 연속골을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다. 후반 45분 파블로 사라비아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고, 후반 추가시간 7분엔 마리오 르미나에게 극장 역전골을 얻어 맞으며 무릎 꿇고 말았다.

부상과 징계로 빠진 선수들의 공백이 너무나 뼈아팠다. 제임스 매디슨이 빠진 미드필더에선 날카로운 패스를 뿌려줄 선수가 없었고, 주전 4명 중 3명이 바뀐 포백은 단단하지 못했다. 미키 반 더 벤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데스티니 우도지는 퇴장 징계로 나서지 못했다.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에메르송 로얄-벤 데이비스-에릭 다이어-페드로 포로로 수비진을 꾸렸다. 전문 센터백이 아닌 데이비스와 오른쪽 수비수가 제 포지션인 에메르송, 주전 경쟁에서 밀린 지 오래인 다이어까지 불안 요소투성이였다.

[사진] 토트넘 홋스퍼의 첼시전 대형 / ESPN FC 소셜 미디어.

결국 토트넘은 뒷심 부족으로 무너졌고,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경기 후 "실망스럽다. 막판에 골을 허용한 것이 부끄럽다"라면서 "마지막에 페이스가 떨어져서 울버햄튼에 찬스를 계속 내줬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공격 축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왜 두 줄 수비를 세우지 않았냐(Parking the bus)는 말에 "나는 축구 감독이지 버스 기사가 아니다"라고 답했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것은 분명하다. 선제골은 좋았지만, 그 뒤로 선수들이 수동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후반전은 조금 나아졌으나 그런 스탠스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첼시전과 같은 맥락이었다. 당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두 명이나 퇴장당한 뒤에도 수비 라인을 중앙선까지 높이 끌어 올렸다. 그 결과 손흥민을 제외한 나머지 7명 모두가 중앙선에 붙어있는 극단적인 대형이 탄생했다. 사실상 0-7-1 포메이션이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뒷공간을 노출한 토트넘은 니콜라 잭슨에게 해트트릭을 내주며 무너졌다. 그럼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게 우리 축구다. 내가 여기 있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만약 5명만 남는다고 해도 나아갈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오하라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보며 지나치게 무모하다고 비판했다. 언제나 공격만 외치는 일명 '닥공 축구'가 그가 지난 시즌까지 지휘하던 셀틱에서는 통했을지 몰라도 프리미어리그에선 아니라는 것.

오하라는 토크 스포츠를 통해 "난 '이게 우리고, 우리가 할 축구이며, 우리가 플레이하는 방식'이라는 철학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그리고 이해할 수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당신은 지금 스코틀랜드 리그에 있지 않다. 스코틀랜드에선 셀틱이 최고의 팀이고, 나머지는 개(dog)다"라며 수준 차이를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당신은 최고 수준 팀들을 상대하고 있다. 울브스는 홈에서 강한 팀이며 좋은 선수들과 좋은 감독을 지니고 있다"라며 "만약 당신이 계속해서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겅호' 축구를 계속한다면, 그렇게 이기려고 노력한다면 승점 1점도 나쁜 결과가 아니게 될 것이다. 벤치를 떠나 경기장에 들어와야 했던 선수들이 충분히 뛰어나지 못하다"라고 날이 선 메시지를 보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무리한 고집을 지적한 이는 오하라뿐만이 아니었다. 로리 제닝스 역시 "내 생각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은 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크 스포츠도 "제대로 된 수비진이 없는 상황서 라인을 지나치게 높게 올리는 것은 토트넘에게 큰 부담이 된다. 울버햄튼전 토트넘의 문제는 공격 전술 때문이다. 너무 이상적으로만 경기에 나섰다"라며 쓴소리를 뱉었다.

'텔레그라프'도 같은 생각이었다. 매체는 "매디슨이 빠진 토트넘은 창의력이 아주 부족했고, 주장 손흥민도 신기할 정도로 조용했다. 강한 압박에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이날 토트넘의 경기력은 우리가 알고 있던 '앤지볼'과는 거리가 멀었다. 토트넘은 반 더 벤, 로메로, 우도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수비 전술에 집착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사진] 에릭 다이어와 벤 데이비스.
[사진] 황희찬을 막는 에릭 다이어.

물론 선수들도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다이어가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그는 지난 첼시전 급하게 교체 투입된 후 나름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한 경기 만에 다시 역적이 됐다.

오하라는 "데이비스는 괜찮았고,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센터백으로는 아니다. 다이어는 두 번이나 실수를 저질렀고, 두 골 모두 제대로 위치를 잡지 못했다. 난 그가 어디로 가려 하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그는 "우리는 지난여름에 그를 내보냈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았고, 결국 팀으로 돌아왔다. 이게 문제다. 당신이 없애려 했던 선수들이 결국 다시 경기에 나서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으로서도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 다이어를 빼려면 중앙 미드필더인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나 에메르송을 센터백으로 배치하는 도박수를 던져야 한다. 혹은 2005년생 수비수 애슐리 필립스를 깜짝 기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 역시 무리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finekosh@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