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승련]“반대 의견 듣겠다”… 美 국무부의 ‘반대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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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취임 1주일 만에 이란 시리아 등 7개국 국민에게 발급한 비자를 전격 무효화시켰다.
미 국무부 외교관들은 연판장을 돌려 "국익을 해친다"며 반대했다.
국무부가 외교관들에게 '반대 전문(電文·dissent cable)'을 쓰도록 허용하는 공식 제도('반대 채널')를 통한 것이었다.
국무부 외교관이 7600명이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큰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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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최근 중동 주재 외교관 몇몇을 불러모은 것은 반대 정책을 직접 듣는 자리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반대 전문’을 쓰고 서명한 외교관 23명 중 일부다. 이들의 목소리는 크게 두 가지다. “이-하 전쟁에서 휴전을 독려하라. 이스라엘을 지지하더라도 민간시설을 공격할 때만큼은 비난하라.” 이스라엘에 휴전 요청도 않고, 어떤 비판도 않는 방침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요청이다. 국무장관이 면담에 나서야 할 정도로 국무부가 균열됐다는 뜻이다.
▷외교관들의 ‘반대 전문’ 제도는 베트남 전쟁이 수렁에 빠진 닉슨 행정부 때인 1971년 시작됐다. 1960년대 린든 존슨 대통령 이후 굵직한 군사작전이 비밀리에 부쳐지면서 외교관 266명이 집단 사표를 냈다. 전쟁 문건들이 언론에 유출되기 시작했다. “미 행정부가 이길 수 없는 전쟁인 걸 알면서도 확전시켰다”는 1급 기밀문서인 ‘펜타곤 페이퍼’도 그즈음 폭로됐다. 비밀주의가 가장 극심했던 닉슨 행정부 때 “반대 의견을 듣겠다”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반대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는 뜻이겠다.
▷50년 남짓 동안 반대 전문은 연평균 4, 5건가량 작성됐다. 이라크 전쟁 반대(2003년), 보스니아 내전 개입 촉구(1993년) 등이 제안됐다. 이렇듯 직업 외교관이 실명으로 대통령과 장관에게 반대하는 제도인 만큼 용기가 필요하다. 국무부는 인사상 불이익이 없을 것을 약속했고, ‘건설적 반대상’을 만들어 독려하기까지 한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이 실무자의 반대 정책 제안으로 쉽사리 바뀌기는 어렵다. 하지만 외교관들이 집단사고에 휩쓸려 ‘윗사람이 결정한 일’이라며 반론을 삼키지 않아야 한다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국무부의 독특한 제도는 최고위 당국자가 혹시 놓쳤을 반대 논리를 듣는 기회를 더 갖겠다는 뜻이다. 9·11테러 때도 테러 징후를 놓쳤다고 판단한 중앙정보국(CIA)이 레드 셀(Red Cell)을 추가로 설치했고, 미 원자력위원회는 방사능 유출 사고를 겪은 뒤 비슷한 제도를 만들었다. 단 한 차례의 오판일지라도 초래할 위험이 큰 안보와 핵과학 영역에서 먼저 시행된 것이다. 정부 기구건 기업이건 판단 실수와 그에 따른 위험 요소를 줄이고자 한다면 고려해 봄 직하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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