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되고 보니[2030세상/배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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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의 가장, 작은 모임의 대표 등 누구나 원하건 원하지 않건 리더의 자리에 앉게 되거나 리더 역할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나는 살아오면서 내가 리더의 자리에 어울린다는 생각도, 리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리더의 역할이나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고 혼자 일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일을 해나갔다.
그리고 나는 내가 가장 자신 있는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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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내 목표는 기술자가 되어 팀에서 독립하는 것이었을 뿐 여러 도배사를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독립을 도배사의 성장 지표로 여겼기 때문에 기술자가 된 후 내 역량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 가졌던 목표였다. 하지만 막상 도배 5년 차인 올해 독립을 하고 보니 이것이 곧 리더의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준비되지 않은 리더였다.
두 명에서 시작해 지금은 다섯 명이 함께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리더의 역할이나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고 혼자 일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일을 해나갔다. 목표 달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며 스스로와 팀원들을 몰아세웠다. 서로 다른 다섯 명이 모였다는 사실을 잊고 마치 나와 똑같은 사람이 다섯 명 있는 것처럼 일이 진행되기를 바랐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니 우리 모두가 버거워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일하는 것이 즐겁지 않았고 각자의 장점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과정을 내가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는 욕심에 혼자서 다 감당하려 했고 팀원들이 무조건 나에게 맞추도록 강요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진지한 고민 끝에 역할과 책임을 팀원들에게 나누어주기로 마음먹었다.
기술이 가장 뛰어난 팀원은 신입 팀원들에게 기술을 알려주도록, 기억력이 좋은 팀원은 세세한 사항들을 기억해 팀 전체에 알려주도록, 또 누군가에게는 기술자가 자리를 비울 경우 기술자를 대신해 일을 진행하도록 부탁했다. 이 외에도 각자에게 일정한 구역을 떼어 맡겨서 책임지고 알아서 도배를 하도록 했다. 맡기고 위임한 부분에 대해서는 설령 내 성에 차지 않더라도 최대한 간섭하지 않고 믿고 기다렸다. 그리고 나는 내가 가장 자신 있는 역할을 맡았다. 다른 팀원들이 일을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겨주고 지원해주는 일, 누군가 도배를 하다가 실수하면 그것을 처리해주는 일, 앞에서 팀을 이끌어나가기보다는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자처했고 역시 나는 그것을 잘해내고 있다.
아직도 어떤 리더십이 옳은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지 답은 얻지 못했지만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배웠다. 모든 것을 책임지고 혼자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팀원들에게 골고루 ‘잘’ 배분하고 함께 감당해 나가는 것. 그 과정 역시 강제로 나누어주고 짊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 나는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초보 리더이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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