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戰 전장됐다... 이스라엘·하마스 ‘가자 최대 병원 공습’ 진실공방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최대 규모 의료 기관인 알시파 병원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선전전(戰)의 최전선으로 떠올랐다. 병원 주변을 포위한 이스라엘은 이곳이 무장 단체 하마스의 거점으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하마스 측은 이를 부인하며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의료진과 환자 등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2일(현지 시각)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이후 36일간 가자지구 의료 시설에 137차례 공격이 가해졌으며, 의료진과 환자 52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안전한 피란처여야 할 병원들이 죽음과 파괴, 절망의 현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에 세계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가자 북부 가자시티 리말 지역에 위치한 알시파 병원은 700여 개 병상을 보유한 가자지구 내 최대 의료 시설이다. 과거 영국군의 막사였던 이곳은 1946년부터 외과, 내과, 산부인과 등을 갖춘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이곳엔 거동이 불편한 환자와 의료진, 민간인 등 20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날 이뤄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산부인과에 이어 심장 병동이 파괴됐고, 전기 공급이 끊겨 병원이 폐쇄됐다고 밝혔다. 또 가자지구에서 둘째로 큰 알쿠드스 병원을 비롯해 북부 지역 병원들의 운영이 모두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 같은 하마스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 BBC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꾸미는 많은 선동이 있지만, 알시파 병원에는 전기가 있고 모든 것이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이 병원을 공격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인근에서 하마스와 교전을 벌이고 있을 뿐, 알시파 병원에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진 않았다고 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가 병원 근처에 있는 동안 하마스가 나와 항복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아침 긴급 의료 용도로 연료 300L를 (알시파) 병원에 공급했지만, 하마스가 병원 측의 연료 인수를 막았다”며 “하마스 관리들이 연료 인수를 막았다는 증거도 확보했다”고 했다. 이에 하마스 측은 “이 분량(300L)은 병원 발전기를 30분 넘게 돌리기도 충분하지 않다”며 반박했다.
이스라엘 측은 알시파 병원이 하마스의 군사 본거지고 민간인들은 ‘인간 방패’로 이용되고 있다고 하고 있다. 병원 지하에는 다른 곳들과 통하는 터널이 있고, 하마스 사령부와 무기고 등도 설치됐다는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하마스는 지휘와 통제, 무기 보관, 병력 수용을 위해 병원들을 비롯한 많은 민간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는 공개적 보고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알시파 병원의 마르완 아부 사다 외과 과장은 BBC에 “병원에는 의료진과 환자, 피란민들뿐”이라며 “우리는 환자를 안에 두고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유세프 아부 리시 가자지구 보건부 부장관은 “며칠 전 (가자 북부 일대 병원들에) 전력이 끊긴 이후 미숙아 6명과 다른 환자 9명이 사망했다”고 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병원과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쓰고 있다고 규탄하는 한편, “(이스라엘의) 적대 행위는 병원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고, 민간인과 의료진에게 끔찍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했다.
한편 미국 등지의 전·현직 언론인 900여 명은 지난 9일 시작된 서명 운동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언론인 살해를 규탄하며 서방 언론 보도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잔학 행위를 진실하게 보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쟁에서 사망한 기자는 현재까지 35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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