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합치고, 학과 벽 허물고...1000억 받는 글로컬대학 10곳 보니

김연주 기자 2023. 11. 1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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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대학 한 곳당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 대학’ 10곳을 최종 선정해 13일 발표했다.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육대, 순천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울산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 포항공과대, 한림대 등이다.

그래픽=김하경

10곳 중 4곳은 대학 2곳이 통합을 전제로 공동 신청했고, 6곳은 단독으로 신청했다. 국립대가 7곳, 사립대가 3곳이다. 교육부는 이날 “혁신안의 실현 가능성을 70%, 대학과 지역 발전을 함께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을 30%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글로컬 대학’은 현 정부의 대표적 대학 개혁 정책이다. 저출생으로 20년 후 대학에 입학할 학생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혁신 의지가 있는 대학에 예산을 집중 투입해 거점 대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 108곳이 제출한 계획서를 평가해 지난 6월 15곳을 예비 선정했다. 최종 선정된 10곳 대학은 지금까지 한국 대학 사회에선 없던 개혁안을 내걸고 ‘10대1′ 경쟁률을 뚫었다.

그래픽=김하경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사범대와 교대를 통합 운영하면서 교원 양성 기관의 새 모델을 만들겠다고 했다. 2008년 제주대와 제주교대가 통합했지만 이후에도 별도로 운영돼 효과는 거의 없었다. 부산대·부산교대는 교대 학생들이 부산대에 가서 교양 수업을 듣고, 사대·교대 연구진이 ‘에듀테크(교육 관련 디지털 기술)’를 연구해 교사 양성 과정에 적용할 예정이다. 윤소영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과장은 “초·중·고 교육을 바꾸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원주대와 강원대는 통합해서 ‘1도(道) 1국립대’를 만든다. 춘천·원주·강릉·삼척 캠퍼스를 독립적으로 운영해 특성화한다는 계획이다. 보통 국립대들은 본교 중심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캠퍼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 측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는 UCLA 등 9개 캠퍼스가 각각 뛰어난 분야를 갖춘 명문대로 꼽힌다”며 “강릉원주대·강원대 캠퍼스들을 한국의 ‘UC’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충북대와 한국교통대도 통합 이후 청주·충주·증평·오창 캠퍼스를 특성화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전남 순천대는 전남의 산업에 맞춰 기존 학과를 전면 개편한다. 기존 학과 단위를 모두 없애고 ‘그린 스마트팜 스쿨’ ‘애니메이션 스쿨’ ‘우주 항공·첨단 소재 스쿨’로 바꾼다. 전체 학생의 75%를 세 스쿨에 배정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대학이 신입생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등 위기가 악화하자 교수들이 (기존 학과에 대한) 기득권을 내려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는 지역 중점 산업인 ‘우주 항공·방산’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 ‘아시아 톱3′로 키우는 게 목표다. 해당 학과 학생들에 한해 서울대와 공동 학위를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강원도 한림대는 AI(인공지능)로 교육을 혁신하겠다고 했다. 2032년까지 교과목의 20%는 ‘AI 교수’가 가르치고, 50%는 사람 조교가 아닌 ‘AI 튜터’가 담당할 예정이다.

경북 안동대는 공립 전문대인 경북도립대와 합치면서 경북도 산하 연구원 7곳도 통합 운영한다. 지자체 연구원들을 대학으로 끌어들여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한국학 등 인문학 분야에서 경쟁력을 추구한다. 울산대는 산업 단지에 캠퍼스 6개를 만드는 게 특징이다. 대학이 기업으로 찾아가 직원들을 교육하겠다는 것이다. 포스텍은 ‘창업 밸리’를 만들어 학생 창업을 돕는다.

전북대는 ‘외국인 유학생 5000명 유치’를 내걸었다. 국내 대학에 많지 않은 모로코·키르기스스탄·프랑스·태국 학생들을 데려올 계획이다. 현장 실습, 기업 인턴까지 연결해 지역 일자리를 제공하고 한국에 머물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10곳 대학은 일부 또는 전체 학생을 ‘무(無)학과’로 모집하거나, 전과(轉科)를 자유롭게 허용하기로 했다. 지역 전문대 학생들의 편입을 무제한 허용한다는 대학(경상대)도 있다.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은 “글로컬에 지원한 모든 대학이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선정된 대학들은 지역 대학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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