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받고 떠난 염경엽, 사연많은 트윈스···이젠 축배를 들자![이용철의 야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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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초 2사 1,2루.
이제 LG 팬들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이제 LG 팬들은 우승의 즐거움을 맘껏 즐겼으면 한다.
이제 그의 나이도 환갑이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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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초 2사 1,2루. KT 김민혁이 대타 출전했다. 플레이오프에서부터 성공률 100%의 최고병기다. 그는 KT팬들의 바람처럼 LG선발 켈리의 초구를 정확히 받아쳤다. 안타성 타구가 좌중간으로 향했다.
그러나 LG 외야진엔 박해민이 있었다. 전력질주해 몸을 던져 타구를 낚았다. 한마디로 슈퍼캐치.
13일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승부의 터닝포인트였다. 이날 경기의 모든 흐름을 LG로 가져온 수비였다. 박해민도 그 의미를 담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공수주에서 맹활약한 그는 KS 5차전의 MVP가 됐고 LG는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KS 내내 주변의 많은 분이 내게 전화했다. 이닝중에도 왔다. 우승에 목마른 한이 목소리에서 느껴졌다. KS 우승 직후, 한 지인은 울먹이며 전화하기도 했다. 그 마음이 느껴졌다. 사실 LG의 정규우승이 확정되자마자 KS 티켓전쟁이 벌어졌다. LG팬들의 엄청난 열기를 느꼈다. 우승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폭발하고 있었다.
사실 LG팬들은 특별한 감정을 공유한다. 태어나 LG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팬들이 많다. 팬심은 대물림 되는데, 부모를 따라 자연스럽게 LG팬이 된 아이들은 왕따(?) 당하기도 했다. 초등학생 팬들은 LG모자와 유니폼을 입으면 눈총받았다. LG 저지를 밖에 나가면 벗었다. 그런 사연을 많이 들었다.
팀은 부침이 심했고 어린 팬들은 유년시절 팀이 패배하는 것만 봤다. 한 지붕 라이벌인 두산이 왕조를 구축하는 것과 비교되니 마음고생이 심할 수밖에 없다.
이제 LG 팬들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29년 만의 한풀이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90년과 94년 우승할 때만 해도 자주 우승할 줄 알았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이제 LG 팬들은 우승의 즐거움을 맘껏 즐겼으면 한다. 우승은 그라운드의 선수뿐 아니라 팬들의 염원이 함께 일궈낸 거다. 그게 우승이다.
TV를 통해 우승 세리머리를 보다가, 김용일 수석트레이너의 얼굴이 지나쳤다. 그는 내가 현역에 있을 때도 LG에 있었다. 이제 그의 나이도 환갑이 가깝다. 얼마나 감회가 새로울까.
LG는 그동안 우승을 하지 못하며, 많은 감독이 거쳐 갔다. 염경엽 감독도 가슴속 응어리를 풀 수 있겠지. 그는 LG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돌아와 우승 감독이 됐다. 과거 그가 LG 운영팀장을 사직하고 떠날 때의 사정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당시 그는 나에게 많은 고충을 이야기했었다.
나는 염 감독에게 끝까지 버티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LG를 떠났다. 팬들은 그를 향해 내부정치 한다고 손가락질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는 잘못한게 없었다. 당시 많이 괴로워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결국 팬들의 오해를 온몸으로 받고 떠났던 그가 복귀해, LG의 염원을 풀었다. 우승으로 이끌었다. 오지배라고 도마에 올랐던 시리즈 MVP 오지환도 있지만, LG는 유난히 스토리가 많은 팀이다. 감독부터 선수까지 사연 많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LG 구단이 29년 만에 한풀이 한 것처럼, 내가 아는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야구인들도 이제는 맘껏 즐겼으면 좋겠다. 축배를 들었으면 좋겠다. 그게 잠시라도 말이다.
다음 시즌은 다시 돌아올 거고, 플레이볼은 다시 울릴 테니까.
스포츠서울해설위원·체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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