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지략·선수의 투혼 … 트윈스 '신바람 DNA' 깨웠다
1할타자서 KS 우승 지도자로
투·타 균형에 뛰는 야구 더해
최우수 감독상 "내년도 우승"
13일 서울 잠실야구장.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염경엽 LG 감독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최근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LG 트윈스의 DNA를 바꾼 염 감독은 끝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하고서 마침내 함박 웃음을 지었다.
LG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고도 키움 히어로즈에 밀려 탈락했다. 결국 유지현 감독을 경질하는 초강수를 두고 염경엽 감독을 영입했다. 지난해 감독 취임식에서 염 감독은 "내 목표는 우승 하나다. 그것이 마지막 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염 감독도, LG도 한국시리즈 우승은 숙원 사업이었다. 그리고 목표를 1년 만에 이뤘다.
염 감독은 자신의 현역 시절에 대해 "실패한 1할 타자 출신"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1990년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해 10년 동안 프로 무대에서 통산 타율 0.195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역 시절의 실패는 은퇴 후 경력을 쌓는 데 큰 자양분이 됐다. 현대 유니콘스 프런트를 시작으로 2008년 LG 스카우트와 운영팀장을 거쳐 2013~16년 넥센 감독, 2017년 SK 단장과 2019~20년 SK 감독 등 온갖 경력을 쌓으면서 산전수전을 겪었다. 탁월한 선수단 운영 능력 덕분에 '염갈량(염경엽+제갈량)'이란 별명도 붙었다.
앞서 넥센, SK 감독을 역임하면서 염 감독은 2014년 한국시리즈를 1차례 경험했지만 우승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염원이 더해져서였을까. 염 감독 부임 후 LG는 한층 더 강해졌다. 짜임새 있는 타선과 불펜의 힘으로 6월 이후 시즌 내내 1위를 달렸다. 올 시즌 LG는 팀 타율 0.279, 팀 장타율 0.394로 모두 1위에 올랐다. 여기에다 뛰는 야구, 일명 발야구를 더했다. 팀 도루 역시 166개로 1위를 차지했다.
평균자책점 3.67로 투수력도 좋았다. 케이시 켈리가 한동안 부진하고, 선발투수들의 부상도 있었지만 이정용 등 불펜 자원을 선발로 전환하는 등 공백을 잘 메웠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공백기가 다소 있었지만 LG는 한국시리즈에서 강한 전력을 그대로 보였다. 여기서 염 감독의 리더십도 돋보였다. 2차전에서는 1회 초 kt에 4실점한 선발투수 최원태를 내리고서 투수 7명을 계투시키는 모험을 단행했다. LG는 끝내 8회 말 박동원의 역전 투런포로 5대4 승리를 거둬 1승1패를 만들었다. 3차전 역시 조기에 필승조를 투입시키고 타선의 집중력을 더해 8대7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극심한 부진에 빠지고도 믿음을 부여하는 리더십도 눈길을 모았다. 5차전을 앞두고 선발 투수로 나선 켈리에 대해 "내년에 무조건 재계약을 하고 싶다"며 힘을 불어넣었다. 켈리는 이날 5이닝 1실점으로 화답했다.
염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고서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그는 "팬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선수들이 절실함을 가지고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뒤이어 "내년과 내후년에도 우승을 위해 달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어쩌면 그의 진정한 감독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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