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감독' 염경엽, LG와 한 풀었다 "구단주께 성공해 돌아오겠다 했는데, 박동원-유영찬 500만원씩 주겠다"[일문일답]

김민경 기자 2023. 11. 1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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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경엽 감독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구단주님께 나중에 성공해서 돌아오겠다고 한말씀 드렸다. 오늘(13일)은 울긴 했는데, 졌을 때(준우승) 때보다는 안 울었다(웃음)."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우승 사령탑이 된 소감을 밝혔다. LG는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kt 위즈와 5차전에서 6-2로 이겼다. LG는 1차전 2-3 패배 이후 2차전부터 내리 4연승을 질주하면서 2023년 시즌의 주인공이 됐다. 2차전 5-4, 3차전 8-7, 4차전 15-4 승리에 이어 5차전까지 화끈한 공격 야구를 펼쳤다.

LG는 구단 역대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창단 첫 우승은 1990년 백인천 감독 시절로 삼성 라이온즈를 만나 4전 전승을 거뒀다. 2번째 우승은 1994년 이광환 감독 시절로 태평양 돌핀스를 만나 또 한번 4전 전승을 달성했다. 1990년과 1994년, 그리고 올해까지 3번 모두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면서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1패 이상을 떠안고도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LG는 이후 1997년, 1998년, 2002년까지 3차례 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준우승에 머물렀다. 2002년 이후 2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LG는 29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오늘(13일) 끝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 자리에 어떤 감독이 있든 오늘 끝내고 싶은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간절하다"고 이야기했는데, 염 감독과 LG 선수단의 간절한 바람이 모여 현실이 됐다.

투타 조화가 완벽했다. LG 에이스 케이시 켈리는 5이닝 87구 5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6회부터는 유영찬(1⅔이닝 1실점)-함덕주(1⅓이닝)-고우석(1이닝)이 이어 던지면서 kt의 추격을 따돌렸다.

타선에서는 박해민의 활약이 돋보였다. 2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타 포함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면서 5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우승을 이끈 한국시리즈 MVP로는 캡틴 오지환이 선정됐다. 오지환은 기자단 투표에서 93표 가운데 80표를 얻어 득표율 86%를 기록했다. 오지환은 5경기에서 타율 0.316(19타수 6안타), 3홈런, 8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통합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오지환 외에는 박동원 7표, 박해민 4표, 유영찬과 문보경은 1표씩 얻었다.

▲ LG 염경엽 감독 우승 ⓒ곽혜미 기자

다음은 염경엽 감독과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한국시리즈 좋은 경기 펼쳐준 kt 이강철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우리 팬분들 정말 오래 기다렸다. 팬분들의 기다림 속에서도 한결같이 응원해 주신 덕분에 우리 선수들에게 절실함을 만들어줬다. 그 절실함으로 이번 시즌을 시작했고, 우리 선수들이 정규시즌 치르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해주면서 내게 많은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그 과정을 통해 정규시즌 1위를 했고, 우리 선수들이 한번 더 성장하는 자신감을 만들어줬다. 그 자신감을 갖고 한국시리즈에 들어와서 한국시리즈에서도 가장 중요한 1차전을 졌지만, 2차전에서 박동원의 역전 홈런으로 잡은 게 우리 선수들이 기가 죽지 않고 다시 자신감을 되찾는 흐름을 가져왔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이번 한국시리즈를 우승할 수 있었다.

-LG 마지막 우승 때 상대팀 선수였다.

그때는 내가 상대팀 선수였지만, 우리 전력이 떨어졌다. 우리는 지키는 야구를 했고, LG는 공수에서 완벽한 팀이었다. 지키는 야구를 하려다 LG에 빼았겼다. 이번 우리 우승은 선발 때문에 고전했다. 2선발이 비면서 힘든 경기 될 수 있었는데, 정규시즌 때처럼 우리 승리조들이 한 단계 성장해서 중간에서 함덕주, 김진성, 유영찬, 백승현, 이정용 등 모든 선수들이 신구조화를 이루면서 선발 부족을 채울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켈리가 임무를 해주면서 지키는 야구와 공격적인 야구를 같이 하면서 4승1패로 끝날 수 있었다.

-과거 우승 실패 경험이 어떤 원동력이 됐는지.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그동안 감독 생활뿐만 아니라 시즌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공부하는 시간을 보냈다. 내게는 큰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어떤 게 부족했는지 다시 한번, 미국 연수 갔을 때 시간이 정말 많았다. 그 시간에 가족도 없고 혼자라 내가 정리했던 노트를 다시 체크하고 재정리하는 시간을 보냈다. 내가 실패한 것들이 자양분이 돼서 이번 시리즈 준비 과정부터 마지막까지 많은 도움이 됐다.

-1차전 내주고 언제 우승을 확신했나.

2차전 역전했을 때 우승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확신은 3차전 이기고 받았다. 가장 중요한 건 승운이다. 승운이 우리에게 있고, 우리 선수들이 이 경기를 통해서 자신감을 얻는 것을 봤다. 내가 가장 힘이 되는 건 선수들의 모습이다. 선수들의 모습에서 절실함과 함께 승리 열망을 봤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6차전, 7차전에 가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길게 가져가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1000만원은 누구에게 줄 것인가.

박동원과 유영찬에게 500만원씩 나눠주고 싶다. 가방이라도 하나씩 샀으면 좋겠다. (박)동원이만 주면, 동원이는 FA로 돈을 많이 받았다. (유)영찬이는 이닝을 끌고 가는 데 있어서 숨통을 틔어주는 임무를 해줬다. 영찬이한테 동원이 돈을 빼서 주기로 어제(12일) 저녁에 생각했다.

-절실함보다 여유가 느껴졌는데.

한국시리즈 시작하면서도 선수들이 승리의 절실함과 열정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열정이 잘못되면 조급함이 될 수 있는데, 선수들에게 차분함, 모든 플레이에 있어서 하나씩 침착하게 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고참들이 계속해서 그런 점들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시리즈를 치러왔다. 경기 전에 흥분된 상태라 다운 시키려고 엄청 노력했다.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뒤 울었는데.

그때는 승운이 왔는데, 전력상으로는 우리가 월등히 떨어졌으나 실책 2개로 넘겨줬었다. 나 개인적으로 겁없이 덤빌 때였고 너무도 우승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승운이 왔는데 잡지 못한 아쉬움에 북받쳤던 것 같다. 우승할 때보다 준우승할 때 더 울었던 것 같다.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개인적으로도 우승이 절실했는데, 29년 동안 우승을 못한 팀에 와서 부담이었을 것 같다.

엄청 부담이었다. 5월에 4, 5선발 붕괴되고 승리조 무너질 때 잠을 못 잤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잘 버텨 주더라. 타선이 터지면서 부족한 것을 채워줬고, 젊은 승리조들 박명근 유영찬 백승현 함덕주 이 선수들이 버텨주면서 4~5월을 넘긴 게 지금의 우승까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한국시리즈 기간 가장 힘들었을 때는.

가장 힘들 때는 (최)원태가 1회를 못 버텼을 때였다. 투수 교체해서 나머지 이닝에서 한 점이라도 줘서 2차전도 내주면 이번 한국시리즈는 힘든, 아무리 우리 선수들이 절실함과 열정을 갖고 있어도 지금까지 뒤진 상태에서 이겨내는 힘은 가장 약한 팀이었다. 그런 불안함이 가장 심했던 게 2차전 최원태를 내렸을 때였다.

-LG 스카우트, 운영팀장 등으로 시작해 돌아돌아 감독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엄청 욕을 먹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다. 내가 나가야 조용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 그때 구단주님께 '나중에 성공해서 돌아오겠다'고 한말씀 드렸다. 내게 LG 감독이라는 자리를 제의 받았을 때 엄청난 행운이라 생각했다. 젊은 선수들도 많았고, 맡은 팀 가운데 가장 우승 전력에 가까운 팀이었다. 내게 큰 행운이 왔다고 여겼다. 이 행운을 어떻게 결과로 만들어 내느냐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부담감은 정말 컸다. 우리 선수들이 내게 힘을 줬고, 우리 프런트가 내게 믿음을 줬다. 현장을 믿어 준 덕분에 지금 좋은 성과를 만들었다.

-내년 전망과 준비는.

올해가 중요하다 생각했다. 올해 통합 우승이 내년에 더 큰 자신감을 만들어주고 힘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다. 신구 조화가 잘돼 있고, 우리 선수들 1년에 한두 명씩 더 키워낸다면 LG가 조금 더 명문 구단으로 갈 수 있고 우승할 수 있는 힘을 받는 첫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년에도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더 강해진 LG가 될 것이다. 팬들께도 이제 시작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우승이 마지막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 생각한다. 계속 좋은 과정을 만들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다. 잠깐 쉬었다 내년 준비 잘해서 내년에도 웃을 수 있도록 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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