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LG, 드디어 팬들에게 우승하고 ‘큰절’[KS5]

김은진 기자 2023. 11. 1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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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수들이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 우승을 확정한 뒤 마운드 위에 모여 세리머니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6-2로 앞선 9회초 2사후, 볼카운트 2B-2S에서 마무리 고우석의 5구째를 받아친 KT 배정대의 타구가 2루수 신민재의 글러브에 잡혔다. ‘이리오라’는 듯한 고우석의 손짓에 더그아웃의 선수들이 마운드 위로 달려나왔다. 유광점퍼 물결로 가득한 관중석에서는 ‘무적 LG’를 외쳤고 29년의 한을 날려보내듯 밤하늘 위로 폭죽의 불꽃이 피었다. 1루 관중석 앞에 모여 선수단 전체가 큰절을 올리자 다시 한 번 관중석에서 뜨거운 함성이 터져나왔다.

LG가 꿈에 그리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LG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T를 6-2로 꺾고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4승1패로 우승했다.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우승 못하는 인기구단’이라는 오명을 털어냈다.

LG가 태평양을 꺾고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1994년, 현재 김재현 퓨처스 총괄코디네이터가 고졸 신인으로 데뷔해 외야수로 뛰었고 차명석 단장이 현역 투수로 뛰던 해다. 염경엽 LG 감독은 당시 상대 팀 태평양 주전 유격수였다. 이번 한국시리즈에 출전한 LG 선수들 중 절반은 태어나지도 않았던, 마지막 우승을 본 ‘엘린이’가 30대를 훌쩍 넘어버린 29년 간의 긴 세월을 건너 LG가 드디어 한국시리즈를 제패, 정규시즌까지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1990년과 1994년에 이은 창단후 세번째 통합우승이다.

2002년 한국시리즈를 마지막으로 10년 간 최하위권으로 처져 긴 암흑기를 겪었던 LG는 김기태 감독이 이끌던 2013년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후 가을야구에는 꾸준히 가는 팀이 되었지만 플레이오프 그 이상을 올라갈 수 없었던 LG는 21년 만에 드디어 나간 한국시리즈에서 결국 한 맺혔던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투수 임찬규(왼쪽)를 비롯한 LG 선수들이 13일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되자 더그아웃에서 그라운드로 달려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규시즌 1위 역시 1994년 이후 처음이었던 LG는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거치고 올라온 정규리그 2위 KT를 맞아 1차전을 2-3으로 내주고 출발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불펜전 끝에 승리한 뒤 시리즈의 분수령이었던 3차전에서 ‘홈런 쇼’를 벌이며 재역전승, 승기를 잡았다. 4차전에서는 23세 투수 김윤식의 역투를 앞세워 3승 1패를 만든 LG는 5차전에서는 외국인 에이스 케이시 켈리의 5이닝 1실점 호투로 KT 타선을 묶어놓은 채 2·3번 타자 박해민과 김현수의 결정적인 5타점으로 승리했다.

KT 토종 에이스 고영표를 상대로 3회말 1사 2·3루에서 박해민의 2루타로 먼저 2점을 뽑았고, 3-1로 앞선 5회말에는 무사 2·3루에서 김현수의 좌전 적시타로 2점을 더해 5-1을 만들며 승부를 갈랐다.

LG는 마지막 우승을 한 이후 “우승하면 마시자”며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사다놓은 아와모리 소주와 “다음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겠다”며 사 놓은 명품 시계 롤렉스를 고이고이 모셔두고 있었다. 잠들어있던 우승주는 드디어 개봉될 수 있게 됐고, 명품 시계는 ‘우승 캡틴’이 된 오지환에게 돌아갔다.

오지환은 2차전 솔로홈런, 3차전 결승 3점 홈런, 4차전 3점 홈런으로 역대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로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5경기에서 19타수 6안타(0.316) 3홈런 8타점 6득점으로 활약했다. 오지환은 기자단 투표 결과 93표 중 80표를 쓸어담으며 1994년 김용수 이후 29년 만에 LG의 한국시리즈 MVP 계보를 잇고 “롤렉스는 내가 갖겠다”고 했던 선언을 현실로 만들었다.

잠실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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