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기금이 단체장 공약·역점 사업용?
[KBS 춘천] [앵커]
각 시군마다 지방소멸이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이에 정부가 긴급처방으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내놨죠.
시군별로 인구감소를 막을 맞춤형 대책 마련에 이 돈을 쓰라는 겁니다.
KBS는 이 돈이 취지에 맞게 잘 쓰이고 있는지 들여다 봤습니다.
이청초 기자입니다.
[리포트]
2021년 10월,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을 발표합니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기고, 청년은 떠나고, 노인만 남은 곳을 뜻합니다.
전국 89곳을 선정했는데, 강원도 18개 시군 가운데 무려 12곳이 포함됐습니다.
지도로 볼까요.
철원과 양구, 화천 등 접경지역은 물론 정선과 태백, 영월, 삼척 등 폐광지역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강릉과 동해, 속초, 인제 4곳은 관심지역으로 뽑혔습니다.
사실상 춘천과 원주를 빼고는 지역소멸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내놓은 긴급처방이 '지방소멸대응기금'입니다.
2022년부터 10년 동안 해마다 전국에 1조 원씩을 지원합니다.
강원도와 16개 시군에는 지난해 1,055억 원이 풀렸고, 올해도 1,400억 원 넘게 지자체 곳간으로 들어왔습니다.
특히, 이 돈은 각 지자체가 지역에 꼭 들어맞는 맞춤 대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집행하는 데 더 큰 자율성까지 보장됩니다.
그렇다면, 가뭄의 단비같은 이 돈,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요?
영월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물길입니다.
이곳에 광장과 산책로 등 공원이 조성됩니다.
영월군은 공사비 100억 원을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충당합니다.
유·무인 드론기술 시험장을 만드는 데도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합니다.
봉래산명소화, 공공산후조리원 등 영월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 8개 가운데 7개가 군수가 공약했던 사업입니다.
[이정곤/영월군 기획팀장 : "추진 중인 사업들은 기존에 국비 사업과 연계해서 실행 중이고 꼭 필요한 사업 위주로 했지, 평가를 위해서 준비한 사업은 아니고요."]
횡성군 역시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 4개가 모두 군 역점사업인 이모빌리티와 관련돼 있습니다.
홍천군도 주력 사업인 'K(케이)-바이오'를 기금사업의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하나같이 일자리 창출 사업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부족한 정책 사업비를 한시가 급한 기금으로 메운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홍형득/강원대학교 행정학과교수 : "기존의 일반적인 지방 보조금사업과 같은 맥락에서 평가되고 분배되는 이런 상황이 문제들이 된다는 거고. 소멸에 집중해서 쓰지 않으면 다른 사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거죠."]
실제로 기금을 기존 사업과 엮으면서 두 사업이 연쇄적으로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양양군은 양양공항 화물터미널 구축에 기금을 몰아줬는데 플라이강원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기금 집행을 아예 못하고 있습니다.
[이상길/양양군 자치행정과장 : "플라이강원이 현재 상태가 경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 진행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여기에, 기금의 상당 부분이 주민센터 등 건물을 올리는 데 쓰이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립니다.
이 돈이 지방소멸을 막는 마중물이 되도록 사업 목표와 내용을 촘촘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이청초입니다.
촬영기자:홍기석
이청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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