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이 ‘기습 공탁’…“감경 사유로 판단”
[KBS 창원] [앵커]
형사공탁과 관련한 KBS 창원의 심층 기획보도 이번 주에도 이어갑니다.
어렵게 KBS와 만난 범죄 피해자들은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법원에 공탁금을 맡기고, 형량이 줄어든 결과에 울분을 토했는데요.
KBS는 국내 언론 최초로, 지난해 12월 형사공탁 특례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천여 건의 관련 판결문을 모두 입수해 그 실태를 심층 분석했습니다.
먼저 범죄 피고인들이 재판에서 형량을 줄이기 위해 '형사공탁'을 악용하는 실태를, 이형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 피고인의 진심 어린 반성과 그에 합당한 처벌이었습니다.
[강제추행 범죄 피해자/음성변조 : "공탁금 필요 없으니까 정말 죄지은 만큼 벌 받게 해달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KBS창원은 지난해 12월 이후 최근까지, 법원 판결문 열람 시스템에서 관련 판결 천7백여 건을 모두 수집했습니다.
이 가운데 피해 본질이 금전인 '사기'나 '횡령' 등 재산 범죄와 법원 홈페이지에서 '공탁' 조회가 안 되는 사건 등은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최종 분석 대상은 강도와 폭력, 성범죄 등 모두 17종, 피고인의 일방적 형사공탁이 이뤄진 판결로, 단순히 금전으로만 피해 회복을 평가하기 어려운 사건들입니다.
전체 대상 988건 가운데, 피고인이 선고가 임박해 법원에 공탁금을 맡긴 사건은 558건.
피고인 절반 이상이 피해자가 공탁에 대한 거절 의사를 피력할 수 없도록, 법원 선고 2주 이내에 이른바 '기습 공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선고 사흘 이내 이뤄진 공탁도 전체 13% 수준으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소라/변호사/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 "공탁 기간에 제한이 없다 보니까 가해자가 피해자가 모르는 사이에 공탁금을 걸어서 본인 양형에 유리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발생했고요."]
문제는 피고인의 '기습 공탁'도 법원이 감경 사유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
'기습 공탁'이 이뤄진 판결 558건 가운데, 양형상 유리한 요소로 참작된 것은 전체 80.2%, 피해자 의사 등을 생각해 제한적으로 고려했거나, 형량에 아예 고려하지 않은 판결은 19.8%에 불과했습니다.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주는 성 범죄도 마찬가지.
관련 판결 519건 가운데 '기습 공탁'이 이뤄진 판결은 288건.
이 가운데 71.8%에서 공탁이 감경 사유로 적용됐습니다.
재판부 10곳 가운데 7곳이 '피해자를 위해 공탁한 점', '일정 금액을 공탁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등 피고인의 공탁 행위를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그대로 간주했습니다.
공탁 수령이나 엄벌 탄원 등 피해자의 입장이나 의사는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김슬아/변호사/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 "성범죄야말로 피해 회복에 대한 결정권을 (피해자) 스스로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피해 회복) 대상자를 완전히 배제시키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됐습니다)."]
'형사공탁 특례'의 실태를 실증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관련 취재는 변호사 단체의 법률 자문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KBS 뉴스 이형관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그래픽:박수홍/데이터 분석:정한진·채경진
이형관 기자 (parole@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단독] ‘성추행 참고 마약 정보 내놔라’?…이상한 경찰의 마약 수사
- 달라진 중국인 관광 소비…“싼 값 찾아 멀리 간다”
- ‘주 69시간’ 논란 8개월 만…‘근로시간 개편’ 한발 물러선 정부
- 대북 ‘맞춤형 억제전략’ 10년 만에 개정…조기경보위성 정보 공유
- 필리핀 유명 관광지서 한국인 흉기 찔려 중상…“긴급 안전 공지”
- “수상한 택배 왔어요”…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대포폰 유심칩
- 공매도 금지 일주일 어땠나…‘평평한 운동장’의 꿈 이번에는?
- “반갑다 연어야!” 고향 돌아온 섬진강 연어 늘었다
- 국정원 “중국 홍보업체, 국내에 위장 언론사 사이트 30여 개 개설”
- “구리도 서울 편입”…메가서울 구상에 “총선 후 계속 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