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대선공약 ‘노후신도시 재건축’…연내 통과 불투명
국회 소위 문턱도 못 넘어…수도권 ‘1기 신도시’들 법 제정 촉구 목소리
용적률 상향·안전진단 면제 등 형평성 문제…이주·교통 대책도 논란
대상 지역의 ‘정의’도 확정 못해…22일 국토교통위 소위서 쟁점 될 듯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이던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9개월 넘도록 국회 소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정부가 추진 중인 특별법 주요 내용이 공개된 뒤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단지들은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국회 계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내 통과’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13일 정부 등에 따르면 특별법은 택지조성사업이 완료된 지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 택지지구를 대상으로 한다. 이론적으로는 ‘20년 이상’이라는 연령 기준과 ‘100만㎡ 이상’이라는 면적 기준을 충족한 전국 구도심 어디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 크기의 대형 도심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사실상 수도권 1기 신도시를 타깃으로 한 법안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있는데도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게 된 것은 1기 신도시의 특수성 때문이다. 1기 신도시는 1990년대 초반 노태우 정부의 ‘200만호 건설’ 목표에 따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공급됐다.
이 같은 대규모 주택공급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었는 데다, 허허벌판에 집을 짓던 초기 조성과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미 수십만명이 정주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주와 정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별도의 특별법 제정이 추진됐다.
특별법상 ‘특별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면 용적률 완화와 안전진단 면제 같은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대규모 주택공급을 목표로 조성된 1기 신도시들은 평균 용적률이 184~205%로 높은 편으로, 기존 도정법에 따라 재건축을 할 경우 사업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3차례에 걸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해보면 우선 용적률과 안전진단 면제 조치를 두고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기존 도정법에 따라 재건축을 하는 다른 지역은 법정 상한 용적률(300%)을 적용받지만,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라 재건축을 할 경우 기존 대비 100분의 150 이하 범위(450%)까지 용적률 상한선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1·2기 신도시는 처음 (개발을) 시작할 때 특혜를 부여받았는데 또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100만~150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이주를 어떻게 실시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도 특별법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이유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내놓은 이주대책에 임차인, 상인들, 세입자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냐”며 “나중에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때 (논의)하겠다는 것은 갈등을 뒤로 미루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광역대중교통 정책 수립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위례·김포신도시처럼 적기에 교통시설을 확보 못한 경우가 너무나 많다”며 “어떤 간선교통망을 놓을지 결정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법에 분명히 정해둬야 된다”고 했다.
오는 22일로 예정된 다음 소위원회에서는 특별법의 대상이 되는 ‘노후계획도시’의 구체적인 정의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0만㎡ 이상 택지지구에 있는 모든 주민들이 당장 정비사업이 가능하다고 여기게 하는 것은 ‘희망고문’일 수 있다”(맹 의원)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특별법 제정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여야가 지난 대선 국면에서 신도시 용적률을 500%로 상향하겠다고 공약한 데다 총선을 의식해 연말 정기국회를 앞두고 제정 절차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는 11월 소위 통과를 전제로 신도시 정비기본방침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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