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제법 자의적 해석…병원 공격 근거 없어”

전문가들 “병원 지하에 무기 창고 있다는 증거 제시 못해”

가자지구를 침공한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병원 공격을 둘러싸고 전시 중 병원 공격은 어디까지 국제인도법상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공격은 미사일 오폭도 아닌 명백한 표적 공격이기 때문이다.

국제인도법의 대원칙인 제네바협약에 따르면 병원 공격 행위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다만 “병원이 상대에게 ‘해로운 행위’를 수행하면 보호받을 수 있는 지위를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병원이 명백하게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병원 내에서 공격이 이뤄졌을 경우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스라엘이 알시파 병원 지하에 하마스 지휘통제실이 있다면서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알시파 병원은 보호 대상 지위를 상실했다는 주장을 거듭 펼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2일(현지시간) 미 CBS에 “하마스가 지휘와 통제, 무기 보관, 군인 수용을 위해 병원을 비롯한 많은 민간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는 공개된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앰네스티는 2015년 보고서를 통해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부역한 사람들을 고문하는 장소로 알시파 병원을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다만 이스라엘은 아직까지 알시파 병원 지하에 지휘통제소와 무기 창고가 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한 적이 없다.

이스라엘은 과거 하마스와의 갈등 땐 인도주의를 앞세워 알시파 병원을 공격하지 않았지만, 이번에야말로 끝장내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국제인도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알시파 병원 공격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 에머리대 의학교수인 요엘 지보트는 미 매체 더힐 기고에서 “병원이 합법적인 군사 표적이 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로켓이 발사되는 등 외부를 향한 공격이 수행되거나, 의료 종사자들이 자기방어로 간주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전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알시파 병원이 이러한 조건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알시파 병원의 의료진은 환자들을 치료하다 이스라엘이 병원 주위에 배치한 저격수의 총에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영라디오(NPR)는 “병원에서 설령 총격이 이뤄졌다고 해도 군대가 건물 전체를 파괴하고 수많은 민간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제인도법은 병원을 폭격하기 전 충분한 고지를 하고, 의료진과 환자가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