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남방큰돌고래 ‘법적 권리’ 더 늦출 수 없다

박미라 기자 2023. 11. 1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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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법인 제도화’ 법 개정안
제주도, 총선 이후 통과 추진
서식지 훼손 등 권리 침해 땐
생태후견인이 소송 가능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지난달 10일 제주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가 멸종위기 국제보호종인 제주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법인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생태법인은 국내에서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로, 제주도는 이를 위해 제주특별법에 특례를 넣어 개정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13일 제주도청에서 ‘생태법인 제도 도입 제주특별법 개정’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처음으로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생태법인 도입이 제주의 환경·생태적 가치를 지키고 한국의 생태환경 정책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생태법인은 사람 이외에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환경이나 동식물 등과 같은 비인간 존재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해외에서는 뉴질랜드의 환가누이강, 스페인의 석호 등 자연물에 법적 지위를 부여한 사례가 있다.

제주는 국제보호종 생물인 제주남방큰돌고래를 대상으로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생태법인 제도화 워킹그룹을 운영했다. 워킹그룹은 모두 4차례 회의를 거친 결과 제주특별법에 제주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직접 부여하는 안과 생태법인 창설 특례를 포함해 개정하는 2가지 안을 구체화했다.

법인격 부여안은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제주남방큰돌고래에 직접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생태법인 창설안은 제주특별법에 관련 규정을 두되 제주지사가 도의회 동의를 얻어 특정 생물종 또는 핵심 생태계를 생태법인으로 지정해 공고하면 된다.

생태법인 제도가 도입돼 제주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이 부여되면 돌고래는 자연에서 존재하고 진화할 권리, 서식지에 대한 관리, 권리 침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을 얻게 된다. 서식지가 훼손되는 등 권리를 침해받았을 때는 후견인을 통해 소송과 같은 법적 다툼도 할 수 있다.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이익과 권리는 생태후견인이 대표한다. 생태후견인은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0명 이내로 구성한 생태후견위원회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생태법인 제도화 특례가 담긴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내년 4월 총선 이후 구성될 22대 정기국회에서 발의하고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5년에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 제1호로 지정할 계획이다. 최재천 생태법인 제도화 워킹그룹 위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은 “자연을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생태법인 제도가 제주에 도입돼 한국이 환경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주남방큰돌고래는 남방큰돌고래 중에서도 제주에 터를 잡고, 평생 제주 연안을 돌며 서식하는 돌고래다. 하지만 최근 연안 오염과 해양 쓰레기 등으로 서식환경이 악화돼 개체수가 줄고 있다. 제주남방큰돌고래는 현재 120여마리만이 관찰되는 국제보호종이다. 앞서 불법포획된 제주남방큰돌고래 삼팔이, 춘삼이, 복순이 등이 수족관에서 풀려 방류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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