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전방위 공격…위기의 ‘인권조례’

강현석·강정의 기자 2023. 11. 1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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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 폐지 시도…인권단체, 인권위 전수조사 요구
광주학생인권조례 폐지 서명
충남서도 폐지 주민조례 발의
전남선 ‘인권헌장 선포’ 무산
도서관에 관련 책 폐기 요구도
차별금지연대 “혐오 확산 우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제정한 인권조례나 인권헌장에 대한 폐지 시도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교육청 10곳에는 성교육 도서의 폐기를 요구하는 민원도 접수됐다. 인권단체들은 ‘소수자 혐오’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광역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에 대한 주민조례 청구가 진행되고 있다. 조례 청구 대표자들은 지난달 5일부터 “광주시학생인권조례는 폐지돼야 한다”며 서명을 받고 있다. ‘광주시 학생인권폐지 조례(안)’는 청구권자 총수의 150분의 1인 8034명의 동의를 받으면 발의될 수 있다.

이들은 2011년 제정된 광주학생인권조례가 ‘성 정체성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의 성적 지향’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교육기관 종사자가 소수자에 대한 혐오적 표현을 하지 못하도록 해 결과적으로 동성애 옹호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 학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인권조례 폐지는 충남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충남에서는 지난 3월 일부 보수단체가 주민 서명을 받아 ‘충청남도 인권 기본 조례’와 ‘충청남도 학생인권 조례’ 폐지를 위한 주민조례를 청구, 지난 9월 조례안이 발의됐다.

이들 역시 “(해당 조례에)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성소수자, 다양한 가족형태 등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소수자의 권리 등이 포함돼 있어 잘못된 인권개념을 추종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인권단체들은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며 법원은 15일까지 이들 조례안의 효력을 정지했다. 조례 폐지가 법원에 의해 제지당하자 충남도의회 의원 25명은 지난달 25일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다시 발의했다.

전남에서는 지난달 ‘전라남도 도민인권헌장’ 선포가 무산됐다. 초안이 공개된 이후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헌장이 제정되면 전남도에서는 모든 영역에서 동성애, 양성애, 성전환을 법과 제도를 통해 옹호, 조장하게 될 것”이라며 3000건이 넘는 반대의견을 냈다.

공공도서관에 비치된 성평등·성교육 도서의 폐기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들 도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다양성과 인권의 가치를 알려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과 경기, 인천, 대전, 세종, 충북, 충남, 전북, 전남, 제주 등 전국 10개 교육청에 해당 책들의 열람제한과 폐기를 요구하는 민원이 접수된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민원 제기 이후 해당 책들의 열람과 대여를 중단하기도 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민원을 이유로 성교육·성평등 도서 열람 제한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광범위한 권리 침해 및 ‘검열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인권위가 공공도서관 내 도서 열람 제한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채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전북평화와인권연대)는 “차별과 혐오, 성평등 문제 등에 관심이 없는 현 정부를 보고 혐오조장 세력들이 인권 제도와 공공도서관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 ‘차별금지법’ 제정 등에 정부가 반대할수록 이런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현석·강정의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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